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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의 파운드리 선전포고…"평택2공장 증설해 2024년 풀가동" - 매일경제

◆ 삼성전자 파운드리 청사진 ◆
12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삼성전자는 최근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에서 2025년까지 파운드리 설비 규모를 2017년 대비 3배로 확장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박형기 기자]
사진설명12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삼성전자는 최근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에서 2025년까지 파운드리 설비 규모를 2017년 대비 3배로 확장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박형기 기자]
삼성전자가 2030년 전 세계 시스템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1위를 향한 레이스를 본격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026년까지 국내외 생산설비를 파운드리 사업부 출범 원년인 2017년 대비 3.2배로 늘릴 계획이다. 또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첨단 반도체 생산 비중도 올해 13%에서 2026년 34.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업계에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이달 6~8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에서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한 중장기 설비 증설의 단서를 제시했다. 우선 삼성전자는 2024년부터 경기도 평택 반도체 제2캠퍼스(P2)의 파운드리 라인인 S5가 2단계(S5-Ph2) 증설을 마치고 완전 가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2개 층으로 구성된 P2는 1층이 S5, 2층이 메모리 반도체 생산 라인이다. S5-Ph2는 설비 반입과 시험 가동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하면 적어도 내년에는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2025년부터 또 다른 신공장 본가동이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이 이번 포럼에서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한 미국 텍사스주 신공장이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입해 5나노 이하 반도체를 양산할 기지를 지을 예정이다. 이 회사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신공장을 짓거나 같은 주 오스틴시의 파운드리 공장(S2)을 대규모 증설하는 방안을 두고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포럼에서 차량·통신·디스플레이용 반도체 양산에 활용되는 레거시(구형 공정) 생산 기지에 대해서도 투자할 뜻을 내비쳤다. 내년 상반기부터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적용하는 신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의 3나노 반도체를, 2025년부터는 2나노 제품을 양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동시에 이전 세대 공정인 28나노는 17~14나노로, 14나노는 8나노로 각각 기술력을 높이기로 했다. 전기차(EV)·자율주행차와 디스플레이·가전, 통신장비·서버 시장에서 레거시 공정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만 TSMC는 5나노 이하 미세 공정뿐 아니라 다양한 공정의 레거시 생산기지를 갖췄다"면서 "삼성전자는 이미 디스플레이·이미지센서 같은 레거시 반도체 생산을 대만 UMC 등에 외주를 줄 정도로 설비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파운드리 점유율 확대와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레거시 공정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정 다변화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제품 다변화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전략의 중심 요소다. 삼성전자는 올해 기준 모바일이 69%를 차지하는 파운드리 비중을 2026년이면 모바일 53%, 고성능 컴퓨팅 반도체 32%, 자동차·사물인터넷(IoT) 3% 등으로 분산할 방침이다. 고성능 컴퓨팅 반도체는 초당 수십조 번 연산이 가능한 신경망처리장치(NPU) 같은 제품을 뜻하며, 인공지능(AI)·정보기술(IT) 분야의 핵심 부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올해 100개 정도인 파운드리 고객사를 2025년까지 300곳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올해 20조~2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 매출액은 내년부터 3년간 연평균 24%씩 늘려 39조~40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과감한 청사진은 파운드리 시장 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TSMC를 추격하기 위한 본격 승부를 걸 정도로 파운드리 생태계를 갖췄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TSMC가 1987년 창립 때부터 파운드리 전문 기업이었다면, 삼성전자는 2010년대 중반까지 애플이나 퀄컴·엔비디아 등 일부 고객사에 제한적으로 파운드리 서비스를 해주는 정도에 불과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TSMC에 생산을 전부 맡겼던 대형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팹리스)들이 속속 파운드리 이원화에 나서고 있다"며 "TSMC와 동급의 기술 경쟁력을 갖춘 곳은 삼성전자뿐이다. 내년부터 삼성전자는 고객처를 다변화하면서 외형적 성장을 이룰 수 있겠지만 동시에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숙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17.3%를 올리며 52.9%를 기록한 TSMC를 뒤따르고 있다. 절대적인 점유율 격차는 크지만 삼성전자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선단공정으로 갈수록 TSMC와 격차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현재 10나노 이하의 공정 점유율은 TSMC와 삼성전자가 각각 60%와 40%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초미세 공정의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4% 정도로 약 50~70%로 알려진 TSMC에 비해 부족하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EUV 공정에서 웨이퍼(원판) 불량을 낮춰주는 핵심 소재인 '펠리클' 국산화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에스앤에스텍·에프에스티 등 협력사와 함께 EUV 펠리클을 공동 개발 중이며 내년 4분기부터 실제 양산에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최근 3나노 공정에 대한 자신감을 지속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만큼 차세대 제품 대량 수주를 기반으로 시장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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