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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넘는 '아우디 R8', 못 사는 게 아니라 안 사는 겁니다 [신차털기] - 한국경제

오세성 기자의 [신차털기] 108회
△더 뉴 아우디 R8 V10 퍼포먼스 시승기

▽ 아이언맨이 사랑한 610마력 슈퍼카
▽ 귀신에 홀린 듯 빠져드는 폭발적 성능
▽ 비좁은 공간과 불편한 승차감은 한계

더 뉴 아우디 R8 V10 퍼포먼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더 뉴 아우디 R8 V10 퍼포먼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경제성이나 실용성보다 속도와 운전의 재미에 초점을 맞춘 자동차를 '스포츠카'로 부른다. 하지만 스포츠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 아쉬울 만큼 뛰어난 성능을 가진 소수의 차량들에게는 '슈퍼카'라는 명칭이 붙는다. 이번에 만나본 아우디의 고성능 끝판왕 '더 뉴 아우디 R8 V10 퍼포먼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R8은 태생부터 서킷 경주를 위해 만들어졌다. 1999년 처음 등장한 R8(LM P1)은 내구 레이스 르망에 출전해 3위에 오르며 세상에 존재를 알렸고 2005년까지 80번의 경주에 출전해 63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아우디는 이 차량을 일반 도로에서도 달릴 수 있도록 양산해 2006년 1세대 R8을 선보였다. 2015년 2세대를 출시했고 지난 2월 국내에 2세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아우디 R8 V10 퍼포먼스를 내놨다. 국내에는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토니 스타크의 애마로도 유명하다.

더 뉴 아우디 R8 V10 퍼포먼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더 뉴 아우디 R8 V10 퍼포먼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아우디 고성능차의 정점에 있는 R8 V10은 전장·전폭·전고가 4430·1940·1245mm이며 축간거리는 2650mm다. 국산차로 비교하자면 길이는 소형차인 현대차 액센트 수준인데 폭은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인 G90보다도 넓다. 높이는 기아 스팅어·제네시스 G70보다도 한 뼘 가량 낮다.

R8의 전면부는 날카롭게 각이 선 전조등과 라디에이터 그릴, 흡기구가 작지만 단단한 이미지를 만든다. 측면은 거대한 흡기구와 캐릭터 라인이 눈길을 끌고 공기역학적인 실루엣이 멋을 더한다. 전방 스포일러와 사이드 블레이드, 미러 커버 등 곳곳에 자리잡은 카본 익스테리어 패키지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더 뉴 아우디 R8 V10 퍼포먼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더 뉴 아우디 R8 V10 퍼포먼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R8의 백미는 뒷모습이다. 탄소 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으로 만든 대형 스포일러와 거대한 배기구, 납작한 후미등이 점잖으면서 멋스럽게 어울리는 가운데 넓은 후면 유리창 아래로 거대한 V10 엔진이 드러난다.

공차중량은 어지간한 준대형 세단보다 무거운 1695kg에 달한다. 소형차에 비교될 크기에 준대형 세단보다 묵직하지만 차가 무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5.2L 10기통(V10) 가솔린 직분사(TFSI) 자연흡기 엔진이 7단 S 트로닉 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610마력, 최대 토크 57.1kg·m의 폭발적 성능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제로백은 3.1초, 최고속도는 331km다. 넘쳐나는 힘을 필요할 때 빠르고 확실히 거둬들일 수 있도록 20인치 5-더블스포크 다이내믹 디자인 휠에는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가 자리 잡았다.

운전석 뒤에 위치한 더 뉴 아우디 R8의 V10 엔진.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운전석 뒤에 위치한 더 뉴 아우디 R8의 V10 엔진.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실내는 블루 스티치가 들어간 다이아몬드 퀼팅 나파 가죽 시트와 알칸타라 헤드라이닝, 나파 가죽 대시보드로 마감됐다. 스티치와 일부 버튼, 기어노브 등을 제외하면 모두 검은색이지만, 다양한 질감이 섞인 덕에 밋밋하지 않은 고급감을 준다. 안전·편의기능은 운전에 필요한 것들만 간결하게 담겼다. 일반 승용차에서 흔한 센터 디스플레이도 없다. 애플 카플레이와 무선 충전기가 있다는 점이 놀라울 정도다.

운전석은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좌우 시선을 차단하는 콕핏 구조로 설계됐다. 스타트 버튼과 드라이브 모드 버튼도 스티어링 휠에 자리 잡았고 전면에는 디지털 클러스터와 센터 디스플레이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12.3인치 버추얼 콕핏이 장착됐다. 아우디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MI 내비게이션 플러스와 MMI 터치 리스폰스를 지원한다.

더 뉴 아우디 R8 V10 퍼포먼스의 운전석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더 뉴 아우디 R8 V10 퍼포먼스의 운전석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시동을 걸면 V10 엔진이 언제든 달릴 수 있다는 듯 한 차례 우렁찬 배기음을 뿜고는 잔잔한 진동을 보내온다. 페달을 밟자 낮고 굵은 배기음을 쏟아내며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제로백이 3.1초인 탓에 잠시라도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운전석에 파묻히는 느낌을 받으며 급가속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승용차가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속도계가 0, 20, 30, 40, 50 순으로 높아진다면 R8은 0, 50, 90 단위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한껏 높아졌던 속도가 순식간에 낮아진다. 감속이나 제동보다는 '속도가 사라진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다시 가속 페달을 밟으면 언제 속도를 낮췄냐는 듯 순간적으로 치고 올라온다. 비어있는 도로에서 몇 차례 가속과 감속을 반복했지만 R8의 가속력과 제동력에는 감탄만 나왔다. 코너에서도 흔들림 없는 안정감을 보였다. 순간순간 의도대로 움직이는 R8은 레이서 귀신에 홀린 것 같은 기분마저 선사했다.

더 뉴 아우디 R8 V10의 버추얼 콕핏.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더 뉴 아우디 R8 V10의 버추얼 콕핏.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 R8이었지만, 주행성능에 초점을 맞춘 차량인 만큼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았다. 2650mm의 축간거리가 무색할 정도로 비좁은 공간이 첫 번째다. 전고마저 1200mm대로 낮은 탓에 타고 내리기 힘들고 마땅한 수납 공간을 찾기도 어렵다. 성인 두 명이 탄다면 가방은 조수석 탑승자가 끌어안을 형편이다. 엔진이 뒤에 있기에 앞 본넷을 열면 트렁크가 나오지만, 큰 의미는 없는 공간이다.

역동적인 주행을 위해 단단해진 R8의 하체는 노면이 느껴지는 수준을 넘어서기에 고통으로 다가온다. 포트홀은 말할 것도 없이 도로의 이음매나 작은 균열, 미끄럼 방지재가 도포된 띠 구간 등은 운전석에 크고 작은 충격을 줬다. 통행량이 많은 일반 국도의 상태가 완벽하긴 어렵다. 바꿔 말하면 일반 국도를 R8로 달릴 경우 운전자는 내내 엉덩이를 맞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 뉴 아우디 R8 V10 퍼포먼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더 뉴 아우디 R8 V10 퍼포먼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비싼 가격도 걸고 넘어져야 한다. 더 뉴 아우디 R8 V10 퍼포먼스의 가격은 2억5757만원이다. 공인연비는 복합 기준 6.0km/L이지만 가속을 즐기는 차량 특성상 실 연비는 이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 비싼 차 값과 높은 유류비를 감당하더라도 사고 등의 이유로 고장이라도 난다면 다시 한숨을 내쉬게 될 것이 뻔하다. 합리적인 소비자가 R8을 안 사는 이유다. 못 사는 게 아니다.

km당 296.0g에 달하는 배출가스를 내뿜는다는 점도 지적해야 할 부분이지만 길게 언급하진 않기로 한다. 친환경 문제를 언급하는 순간 아우디가 배출가스를 없앤 전기차 RS e트론 GT를 권할 것이 뻔하기 때문. 아우디는 최고출력 475kW(약 646마력), 최대 토크 84.7kg.m, 제로백 3.3초를 발휘하는 RS e-트론 GT를 연내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가격은 2억원대로 예상된다.

기자도 합리적 소비자인 만큼 구매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더 뉴 아우디 R8은 외관과 주행 성능에 있어 매력이 넘치는 차량이었다. 짧은 체험의 여운은 진했고 시승차를 반납하면서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직까지도 가슴 한 켠에는 R8의 배기음이 퍼지고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촬영=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편집=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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