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법 위반한 삼덕 공소장 분석
삼덕, 주식 매수 청구가격 부풀리기한 안진측 초안 재탕
신창재 회장과 소송중인 어피너티, 회계법인과 커넥션 의혹
삼덕 소속 파트너회계사 A씨는 어펄마 임원으로부터 안진이 작성한 가치평가 보고서 초안을 건네받아 단순 오류 등도 수정하지 않은 채 표지와 서문만 바꿔달아 마치 자신이 직접 용역을 수주한 것처럼 최종 보고서를 완성해 제출했다. 이렇게 제출된 보고서는 어펄마가 신 회장을 상대로 행사한 풋옵션의 근거 자료로 활용됐다.
검찰은 신 회장과 풋옵션 분쟁을 벌이고 있는 어피너티 컨소시엄(교보생명 지분 24% 보유)과 딜로이트안진에 대해서도 서로 짜고 풋옵션 행사가격을 부풀렸다는 혐의(공인회계사법 위반)를 적용해 지난 1월 기소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어펄마는 최초 지분 취득 시기 및 과정 등에서 관련성이 전혀 없음에도 2018년 10월과 11월 각각 풋옵션을 행사한 뒤부터 사실상 한배를 탄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대 고객인 사모펀드의 뜻을 차마 거스르지 못하고 불법 행위를 저지른 대형 회계법인에도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회계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신 회장과 어피너티 컨소시엄의 국제중재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檢 공소장으로 본 어피너티·안진·어펄마·삼덕의 관계
삼덕회계법인 파트너 회계사인 A씨는 2018년 11월 26일 어펄마캐피탈의 B상무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B씨는 “어펄마가 보유 중인 교보생명 주식(지분율 5.33%)에 대해 신 회장에게 풋옵션을 행사하기로 하고 당초 안진 측에 행사가격 평가를 맡겼으나 최종 보고서를 낼 수 없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사흘 뒤인) 29일까지 보고서를 (신 회장에게) 보내야 하니 안진 보고서 초안과 자료를 가져다가 삼덕 명의로 보고서를 발행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검찰에 의해 기소된 건 어펄마가 아니라 삼덕이었다. 앞서 검찰이 올해 초 안진과 어피너티 사건에 대해 양측 관계자들을 모두 기소한 것과도 다른 결과다. 안진 소속 회계사들은 어피너티의 청탁을 받고 가능한 한 어피너티 측에 유리한 방법으로 행사가격을 부풀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용역비 외에 향후 제기될 소송 등 법률 비용을 어피너티 측이 모두 부담하겠다는 약속을 받는 등 부당한 이득을 취한 혐의도 제기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은 안진과 어피너티가 풋옵션 행사 가격 산정과정에서 서로 공모하고 그 대가로 금품 제공을 약속하는 등 공인회계사법상 허위 보고 및 부정 청탁 혐의가 모두 성립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반면 어펄마와 삼덕은 대가 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일단 공인회계사의 허위 보고 혐의만 적용해 어펄마를 (기소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이 같은 검찰 기소와 관련한 해명을 요청했으나 삼덕 측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 풋 옵션
put option. 미래의 특정 시기에 일정한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어피너티컨소시엄 등이 대우인터내셔널 등으로부터 교보생명 지분을 인수하면서 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에게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계약을 맺었다.
이호기/정소람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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