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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독과점, 미국은 선전포고 한창인데 국내는 '제자리걸음' - 한겨레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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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국 경제 경쟁 촉진’ 행정명령은 경쟁당국의 ‘빅테크 전쟁’에 힘을 실어주는 성격이 크다. 지난달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에 ‘아마존 저격수’ 리나 칸을 앉힌 데 이어 재차 반독점 규제 강화를 주문한 것이다. 최근 미국 하원에서 발의한 플랫폼 반독점 법안 패키지와도 맥을 같이한다. 반면 국내는 입법은 물론 관련 논의도 미비한 실정이어서 플랫폼 독과점 문제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행정명령 전문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와 법무부를 각각 17번, 16번 언급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플랫폼 같은 신산업과 신기술로 인해 나타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독점법을 집행하는 게 현 행정부의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 법무부 반독점국과 연방거래위원회가 함께 기업결합 심사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두 경쟁당국도 백악관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그러겠다고 화답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한목소리로 플랫폼의 독과점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이는 최근 수년간 정계와 학계에서 진행된 연구·조사를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는 지난해 10월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의 경쟁제한적 행위를 조사한 450쪽짜리 보고서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 5가지를 내놨다. 보고서에는 당시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였던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장이 자문으로 참여한 바 있다. 국내 상황과는 괴리가 큰 셈이다. 국내에서는 플랫폼과 관련된 2가지 주요 법안 모두 정체 상태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법안이 올해 초 정부발의안으로 확정됐지만,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규제 권한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온플법도 본격적인 규제라고 보기 힘든 점을 감안하면 많이 뒤처진 셈이다. 온플법의 뼈대는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에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고 플랫폼의 거래상 지위 판단 기준을 명시하는 것이다. 하도급법이나 가맹사업법 등과 유사한 수준에 그친다. 플랫폼과 소비자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도 아직 교통 정리가 안 된 상태다. 플랫폼의 독점력 남용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에 대한 경쟁당국 내 합의도 부족하다. 올해 초 공정위는 상반기 안에 관련 심사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최근 이를 다시 하반기로 미룬 상태다. 심사지침에는 매출액 기준 점유율이 낮은 플랫폼도 데이터 양이나 가입자 수가 많으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는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국내 플랫폼의 성장 속도를 염두에 두면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플랫폼의 양대 강자인 카카오와 네이버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공정위 발표를 보면, 대기업집단 순위에서 카카오는 지난해보다 5계단, 네이버는 14계단 올랐다. 쿠팡도 처음으로 자산이 5조원을 넘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됐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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