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기대감에 집값 상승
대형 건설사들, 전담팀 꾸리고 수주 적극적
서울 마포구에 있는 아파트 전경. 사진=이송렬
서울에서 낡은 1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수요자들이 리모델링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는 중층인 경우가 많다보니 늘어나는 일반분양 가구수가 적어 사업성이 떨어지는 게 보통이다. 조합원들의 부담도 큰 편이다. 때문에 집주인들이 임차인을 두곤했지만, 최근에는 집주인의 실거주 비율이 높아지면서 "그나마 있는 집 깨끗하게 살자"며 리모델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리모델링을 통해 '똘똘한 한채'로 변신시키는 셈이다.
집주인은 서울에서 집을 갈아타기 쉽지 않다보니 낡은 아파트를 고치는 리모델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재건축이 각종 규제로 추진이 어려운 반면, 리모델링이 수월한 점도 반영됐다. 서울 주택공급이 워낙 부족한데다 집값이 오르고 있어, 리모델링을 거치면 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리모델링과 재건축 비교. 사진=한경DB.
필요한 안전진단 등급도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하는 재건축보다 받기 쉽다. 리모델링에서 수직증축은 B등급 이상, 수평증축은 C등급 이하 등을 받으면 추진할 수 있다. 재건축은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이 75%인데다 시공기간이 길고 임대주택 의무 비율과 재건축 초과이익이 환수된다는 점 등은 부담이다. 반면 리모델링은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율도 66.7% 이상으로 낮은 편이다.
마포구 서강동 S공인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값이 너무 많이 오르면서 예전처럼 상급지로 이동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집주인들이 '내 집'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리모델링을 통해 조금이라도 넓고 깨끗하게 살려는 의지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신정동에 있는 Y공인중개 대표는 "아파트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재건축은 시간도 오래걸리고 사업이 시작하는 데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는 규제 문턱이 낮아 최근 많이 추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일대에 노후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서초구 잠원동 잠원동아. 한경DB
서울 마포구 현석동에 있는 밤섬현대(219가구)는 1999년 준공된 단지로 리모델링을 통해 용적률 약 560%, 248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3월 전용 84㎡가 14억8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4개월 전 매매가보다 6000만원 오른 수준이다.
인근에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서강GS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서강GS의 전용 59㎡는 지난 4월 11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2월 거래된 10억5500만원보다 4500만원 뛴 수준이다.
강남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도 오름세다.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동아아파트 전용 59㎡는 지난달 19억1500만원에 팔렸다. 올 1월 같은 면적이 18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는데 이보다 3500만원 올랐다.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가락쌍용1차 전용 59㎡는 지난 1월 12억2000만원에 매매됐지만, 지난달에는 13억2000만원으로 1억원이 상승했다.
리모델링 붐과 함께 시장이 커지면서 건설사들도 수주채비에 나서고 있다. 수주금액은 크지만 불확실한 재건축·재개발 수주시장보다는 작지만 확실한 리모델링 수주시장을 노리는 것이다. 포스코건설과 쌍용건설의 양강 체제에서 대형건설사들 대부분이 뛰어드는 모양새가 됐다.
GS건설(44,500 +0.45%)은 도시정비사업그룹 도시정비2담당 산하에 리모델링팀을 신설하고 관련 사업을 본격화한다. 대우건설(7,300 -1.08%)은 지난 3월 전담 부서를 만들면서 12년 만에 시장에 재진출을 선언했다. DL이앤씨(151,500 -0.98%)(옛 대림산업)는 올해 들어 공격적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하면서 상반기에 가장 많은 수주고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롯데건설도 상반기에 수주성과를 거뒀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전국 72개 단지 5만3890가구에 달한다. 2019년 말 기준 37개 단지와 비교하면 두배가량 늘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지난해 30조원에서 2025년 37조원, 2030년에는 44조원 등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송렬·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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