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캐시카우 공동 기획…영수증 1200만개 분석
진라면 제품충성도, 30년 부동의 1위 신라면 앞질러
e커머스 확대·새로운 플레이어 등장…점유율 요동
식품업계에 영역파괴 바람이 거세게 일면서 신흥 제품이 절대 아성을 구축해온 1위 업체를 순식간에 위협하고 있다. 17일 한 소비자가 서울 용산의 대형마트 라면 진열장에서 제품을 고르고 있다. /허문찬 기자
17일 한국경제신문과 영수증 리워드 앱 ‘오늘뭐샀니’의 운영사인 캐시카우가 지난 1~8월 약 1200만 개(누적 기준)의 개별 소비자 영수증을 분석한 결과 제품충성도에서 처음으로 진라면이 신라면을 앞섰다. 8월 진라면의 제품충성도는 66.8%로 신라면(64.3%)을 제쳤다. 올 1월부터 진라면은 충성도에서 신라면을 앞선 뒤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매출에서 30년간 1위를 지켜온 신라면이 제품충성도에서도 당연히 앞설 것이란 선입견을 깨는 결과다. 비빔면의 절대강자인 팔도도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농심 배홍동의 출현에 구매 빈도가 평균 20% 이상 하락했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소비자의 구매 경험 역시 수제맥주의 진격에 올 들어 반토막 났다. 제품충성도는 일정 기간 소비자가 다른 제품은 사지 않고 오로지 한 회사의 특정 제품만 산 비중을 말한다.
설준희 캐시카우 대표는 “개별 소비자의 장바구니를 데이터로 분석했더니 기존 통념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며 “라면뿐 아니라 다른 소비재 영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통 강자의 운명을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변화 대응력을 꼽고 있다. 오뚜기는 창립 50주년(2019년)을 앞두고 유통 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자 온라인사업부를 회장 직속으로 신설하고 적극 대응에 나섰다. 반면 농심은 브랜드 인지도에 기댄 채 대형마트 중심의 영업 관행을 고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시장이 세분화되고 소비 문화가 급변하면서 전통적인 히트상품이 위력을 발휘하던 시장의 법칙이 깨지고 꼬리에 있는 틈새상품의 힘이 세지는 ‘롱테일’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서만 판매하면서 거품을 철저하게 제거했다. 광고비와 유통 마진 등을 빼 판매 가격을 다른 제품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광고 없이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이라는 입소문이 나자 올 2분기에는 월평균 1000만 병 넘게 팔려나가기도 했다. 업계에선 온라인 판매량만 놓고 보면 빅토리아가 전체 탄산수 시장의 압도적인 점유율 1위인 롯데칠성음료의 ‘트레비’를 앞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진라면이 신라면과 1위 쟁탈을 벌이게 된 것도 온라인 판매에 일찌감치 눈을 뜬 덕분이다. 오뚜기는 2018년 사업부별로 쪼개져 있던 온라인팀을 독립 사업부로 격상했다. 전통 유통망에 익숙한 ‘고참 선배’들의 눈치를 보지 말고 마음껏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기 위한 결정이었다.
식품업체 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신상품이 시장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닭고기 전문 기업 하림이 라면 시장에 진출하고, CJ제일제당은 ‘안 하는 것 빼고 다 하는’ 종합식품기업이 됐다. 동원F&B의 독무대였던 상온죽 시장은 2018년 말 CJ제일제당이 ‘비비고죽’을 들고나오면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파우치 형태의 비비고죽의 등장 전까지 상온죽 시장은 작은 플라스틱 단지에 담은 용기죽이 대세였다. 용기죽은 별도의 그릇에 담을 필요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긴 살균 과정에서 쌀알과 건더기의 식감이 흐물흐물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4.3%에 불과하던 상온죽 시장 점유율을 1년 만에 33.1%로 키웠다. 지난해 말에는 동원F&B를 꺾고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달라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유튜브 콘텐츠는 적은 돈으로 대박을 낼 수 있는 마케팅 플랫폼으로 각광 받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BBQ가 네고왕이라는 유튜브 마케팅 콘텐츠에서 900만 명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다”며 “2, 3등이 저비용으로 입소문을 통해 소비자들을 끌어올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광고업계에선 ‘덕션’(프로덕션의 줄임말)의 창의력이 기존 광고산업을 뒤흔들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박종관/박동휘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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