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취약계층 실수요자 '월세난민행'
안산·시흥 등 수도권 외곽서
수백만원 수준 월세 늘어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붙어있는 부동산 매물 전단. /뉴스1
“어지간한 매물은 하루 이틀이면 나가요. 100만~200만원하는 월세를 찾는 사람이 잘 있을까 싶은데 금방 소진된다니까요. 대출이 나왔다 안나왔다하고 전셋값도 많이 오르니 세 살 집이 없긴 한가봐요.” (경기 시흥 정왕동 H공인 관계자)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규제 방안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사이 전셋집을 구하는 실수요자들만 수도권 외곽지역으로 밀려났다. 높은 월세를 안고서 말이다. 15일 경기 안산·시흥·의정부·남양주·김포 등 수도권 외곽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최근 보증금이 적고 월세 가격이 높은 매물들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남양주 일대 한 중개업소 대표는 “월세가 200만원이 넘는 매물들이 며칠 새 빠지는 걸 보고 내심 놀랐다”며 “주로 신혼부부들이 많은데 자금은 적으니 높은 월세를 안고 집을 구한다. 월급 대부분이 월세로 나갈텐데 주거할 집이 워낙 급하다보니 선택지가 적은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뉴스1
시흥 배곧신도시 시흥배곧C2호반써밋플레이스 전용 84㎡ 월세도 며칠 새 가파르게 뛰는 중이다. 지난달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10만원을 주면 계약할 수 있었던 이 아파트의 월세 호가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60만원으로 급등했다. 이 단지를 주로 중개하는 C공인 대표는 “월세 매물이 워낙 드물어 금새 세입자를 찾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기존에 고가 월세 세입자는 전문직이나 사업가가 대다수였지만 최근엔 일반 직장인 실수요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셋값 급등으로 필요한 자금은 더 늘어났는데, 대출 한도가 줄면서 월셋방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월세 가격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아파트 월세·준월세·준전세를 포함한 월세통합가격지수 변동률은 0.37%로 전월(0.28%)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월세통합가격지수는 100.7을 기록해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5년 6월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시내 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결국 정부가 집값 급등을 잡겠다는 명목 하에 오락가락 대출규제로 시장의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전세계약 갱신을 하지 못해 월세집을 새로 구하게 된 무주택자 윤모 씨(34)는 “전세대출을 무리하게 중단했다가 부작용이 생기니 다시 풀어줬다”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거듭하는 사이 피해 본 실수요자들은 어떻게 구제할 것이냐. 나만 해도 전세 계약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미 높은 수준의 월세를 계약해 2년 동안 주거 비용으로 수천만원을 날리게 됐다”고 푸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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