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예병태 쌍용자동차 사장이 7일 돌연 사퇴했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 최고경영자로서 쌍용차를 실적 부진의 늪에서 구원하기 위해 분투했지만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해 결국 퇴임의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다.
예 사장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 올해 초까지 햇수로만 40년째 근무해온 베테랑이다.
1958년생인 예 사장은 부산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나이로 25세였던 지난 1982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마케팅 기획팀장, 현대·기아차 상품전략총괄본부 상무, 현대상용차 부사장, 기아차 유럽총괄법인 대표 등을 역임했다. 2015년 현대상용차 부사장을 마지막으로 ‘현대맨’으로서 33년 현직 경력을 매듭짓고 서울대 산학중점교수로 근무해왔다.
그러던 예 사장은 한국나이 61세던 2018년 9월 부사장 직급으로 마케팅본부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쌍용차에 합류했다. 그리고 2019년 3월부터 전임자인 최종식 전 사장의 후임자로서 쌍용차의 '운전대'를 잡으며 다양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 2011년 소형 SUV 티볼리와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의 성공, 나아가 노조와의 관계를 개선하는데 성공한 최 전 사장의 뒤를 이어 예 사장은 마케팅, 해외시장 등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을 활용해 쌍용차의 성과를 확대하는데 힘 쏟았다.
실제로 트로트 붐이 일던 2019년 당시 관련 인기 프로그램을 후원해 쌍용차에 익숙한 중장년층 뿐 아니라 젊은 세대 등 다양한 고객층에게 차량 상품성을 어필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또 시장이 침체된 완성차 업계 내에서 여전한 인기를 자랑한 패밀리카 시장, 캠핑 시장 등 부문을 공략하기 위해 대형 SUV G4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 시리즈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며 큰 성과를 거뒀다.
해외시장에서도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영국, 독일 등 유럽국과 아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현지 법인을 설립하거나 신차를 적극 투입하는 등 브랜드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는 예 사장의 입지를 크게 흔들었다.
당장 쌍용차는 지난해 4분기까지 16분기 연속 적자를 보였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현재 기업 회생절차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쌍용차의 부채는 1조8,568억원에 달하고 자본은 마이너스 881억원에 이르렀다.
그 결과 성공적으로 쌍용차를 이끌었던 예 사장은 7일 오전 쌍용차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이메일을 통해 사의를 밝히고, 이사회 등 별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업무를 전면 중단했다. 2년간 본인의 모든 것을 걸고 분투했으나 쌍용차의 위기를 막아내지 못한 것에 대한, 승부사 예 사장 특유의 결단이다.
업계에서는 갑작스러운 퇴임 배경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일단 예 사장이 오랜 기간 자동차 업계에 종사한데다 60대 초반 적지 않은 나이에 대기업인 쌍용차의 위기를 헤쳐오는 동안 '많이 지쳤다'는 말이 나온다.
쌍용차 노조가 지난 5일 예 사장의 경영실패를 주장하며 예 사장이 법정관리인에 지정되지 않도록 촉구하는 탄원서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점도 예 사장이 스스로 퇴임을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경영난에 따라 쪼그라든 보수도 그의 노고에 대한 부담을 더욱 증폭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쌍용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예 사장과 파완 쿠마 고엔카 대표이사 등 등기임원 2명이 지난해 받은 총 보수총액은 3억8,100만원에 불과하다. 1인당 평균 연간 보수가 1억9,100만원 받은 셈이다. 국내 일부 대기업의 임직원 평균액수인 2억원보다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쌍용차 법정관리인에 정용원 전무 물망
업계의 관심은 예 사장이 물러난 후 등판할 새로운 소방수에 집중되고 있다.
일단 지난해말 기준 쌍용차의 사내이사는 예 사장 외 마힌드라의 파완 쿠마 고엔카 대표이사, 라지브 두베이 이사 등 2명이 있으나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있기 때문에 이들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업계에선 쌍용차가 회생절차에 돌입하기 전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인으로 정용원 기획관리본부장(전무)을 주목하고 있다. 2011년 3월부터 임기를 이어오는 상황에서 임원 모두를 통틀어 의결권 있는 주식(2,447주)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역시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예단은 금물이라는 평가다.
한편 법원은 이번주 안에 쌍용차의 추천 내용과 함께 채권단의 의견을 모두 수렴한 뒤 내주 중 회생절차를 개시할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쌍용차를 인수할 의사를 추가 표명한 기업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사모펀드 박석전앤컴퍼니와 전기버스 생산업체 에디슨 모터스 등 업체 2~3곳이 인수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쌍용차는 이들 잠재적 투자자들과 직접 접촉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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