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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강성 노조 집행부 당선...'강대강' 노사관계 예상, '전동화 전환' 차질 우려 - 블로터닷넷

현대차가 최근 열린 LA 모터쇼에서 내놓은 콘셉트카 세븐.(사진=현대차)

'전동화' 전환을 추진 중인 현대차의 신임 집행부로 강성성향 집행부가 들어섰다. 이전 집행부는 실리적 성향으로 회사와 맞서기보다 타협하면서 장년층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을 이뤄냈다. 이번 집행부는 식사시간의 유급화와 정년 연장, 해외공장 운영의 노조 개입 등을 요구하고 있어 노사갈등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집행부의 요구 사항은 근로기준법을 상회하고, 회사의 글로벌 경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내용이다.

현대차의 노사관계가 다시 '강 대 강' 양상을 치달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동화 전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의 인기 차종들은 구입 후 차량 인도까지 대기기간이 길어지고 있어 고객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8일 현대차에 따르면 기호 4번 안현호 후보조가 53.3%(2만2101표)를 얻어 46.1%(1만9122표)를 얻은 권오일 후보조를 제치고 당선됐다. 안 후보가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에, 최용섭 후보가 수석부지부장을 맡게 됐다. 안 후보는 내년 1월1일부터 2년 동안 국내 최대 제조업 노조인 현대차노조를 이끌게 됐다.

(자료=민주노총 금속노조)

안 후보는 1991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한 후 희망퇴직 반대 투쟁을 벌이다 입사 2년 여 만에 해고됐다. 이후 2002년 현대차에 복직해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안 후보의 핵심 공약은 △식사시간 1시간 유급화 △월 30시간의 고정 연장근로 적용 등이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논란이 될 내용들이 다수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4시간마다 30분의 휴게시간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다. 중식시간도 휴게시간에 포함된다. 하지만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대차 노조는 일 1시간의 휴게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라는 내용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사실상 근로기준법을 상회한 내용이지만, 노사가 단체협약에 명문화할 경우 인정된다.

현재 노동관계를 규정하는 규범은 △법령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순으로 적용된다. 만약 노사가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맺더라도 상위규범이 정한 기준에 미달돼 근로계약은 무효가 된다. 이를 '상위규범 우선 원칙'이라고 한다. 그런데 상위 규범에서 정한 원칙보다 하위 규범의 정한 기준이 근로자에게 유리할 경우 그 기준이 우선 적용된다. 이를 '유리조건 우선 원칙'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취업규칙 등을 통해 연차를 근로기준법보다 더 많이 제공하거나 중식시간을 유급화하는 내용 등이다.

현대차 노조는 월 30시간을 고정 연장근로로 적용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현대차 노사는 연장근로 또는 특별연장근로를 할 경우 노사 합의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노사 공동으로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의 생산직 노동자는 기본급이 낮은 대신 각종 수당 등을 활용해 높은 수준의 임금을 유지하고 있다. 임금 수준을 유지하려면 매달 일정 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현대차 노사는 주간연속 2교대제의 근무체계를 도입하면서 연장근로가 줄었다. 여기에 코로나19와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로 인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기 차종과 비인기 차종간 근무시간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 현대차 노조는 생산라인 배치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안현호 후보는 매달 30시간의 고정 연장근로를 제공해 시급제인 임금체계를 사실상 월급제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매달 30시간의 연장근로 수당을 근무 여부와 관계없이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차의 요구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현재 현대차는 인기차종의 출고가 지연되고 있어 각 공장의 노조 대표자들에게 특별연장근로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차종은 고객에 인도되기까지 11달 이상 걸리고 있다. 그런데 노조가 회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조는 회사에 월 30시간의 고정 연장근로를 요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최근 현대차의 생산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월급제에 대한 생산직 근로자의 요구는 커지는 추세다. 안 후보와 함께 결선투표에 진출한 권오일 후보조 또한 완전 월급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산입하고, 2.5회 특근 임금을 고정임금에 적용하는 내용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현장의 '민심'은 보다 급진적인 안 후보를 택했다. 중식시간을 유급화하고, 30시간을 고정 연장근로로 바꿀 경우 노동자의 임금인상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는 '벌 수 있을 때 더 벌자'는 생산 현장의 목소리가 더욱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노조는 이와 함께 해외 생산기지 운영에 있어 노조의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이사제 도입도 요구하고 있어 노조의 경영참여를 강화하는 내용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현대차는 5년 동안 100조원 이상을 투자해 내연기관 차량을 퇴출해 전동차로 전환하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준비할 계획이다. 해외 생산기지를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바꾸는 등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에는 "해외 공장 설립 또는 이전시 노조의 심의 및 의결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노조는 현대차가 '전동화 시대'를 맞아 해외공장의 생산비중을 높이려고 하자 경영에 더욱 개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지난해와 올해 실리적 성향의 지도부를 상대로 임단협을 '무분규'로 끝냈다. 하지만 강성 성향의 집행부가 당선되면서 내년 임단협은 험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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