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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디스커버리 잘나가더니…F&F '시총 1위' 등극 - 한국경제

10년 만에 확 바뀐 패션 '1조 클럽'…신흥 '빅3'가 떴다

'M&A귀재' 휠라·'MZ저격' 한섬·'브랜드헌터' F&F 급부상
코오롱, 매출 1조 클럽 탈락…삼성물산·LF패션도 고전 거듭

한섬, F&F, 휠라 등 신흥 패션 전문기업이 급부상하면서 패션기업의 서열이 뒤바뀌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 내 한섬이 운영하는 ‘마인’ 매장에서 15일 고객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 /김범준 기자

한섬, F&F, 휠라 등 신흥 패션 전문기업이 급부상하면서 패션기업의 서열이 뒤바뀌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 내 한섬이 운영하는 ‘마인’ 매장에서 15일 고객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 /김범준 기자

국내 패션기업의 서열이 급변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LF패션의 매출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코오롱FnC는 매출 ‘1조클럽’에서 밀려났다. 섬유 생산부터 의류까지 직접 하던 ‘화섬 패션’의 퇴조다. 그 자리를 휠라홀딩스, 한섬, F&F 등이 급속도로 파고들며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패션 상장사 43곳 중 시가총액 1위는 F&F로, 15일 종가(89만7000원) 기준으로 6조8723억원에 달한다. 국내 최고 ‘브랜드 헌터’로 불리는 김창수 회장이 MLB로 중국을 사로잡으며 국내 패션업계 처음으로 100만원 고지에 도전하고 있다. F&F는 올해 최초로 매출 1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휠라홀딩스는 연매출 4조원을 넘보며 국내 패션기업 매출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올 3분기 누계 2조934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쿠쉬네트를 2011년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M&A)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골프산업 호황과 함께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의 매출이 급증했다.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인 한섬은 최근 10년 새 덩치를 세 배 불렸다. 지난해 매출 1조클럽에 처음 가입한 한섬은 올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패션기업의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라고 입을 모은다. 프랑스 봉마르셰백화점에서 남성복 매출 1위(작년 말)를 차지한 솔리드의 우영미 대표는 “국내엔 진정으로 패션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기업이 없었다”며 “소비자의 패션에 대한 눈높이는 급격히 높아지는데 이를 충족시켜 줄 패션디자인하우스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집계한 43개 국내 패션 상장사의 지난해 매출 총액은 16조7134억원이다. 연매출 3000억원 이하의 비중이 72%에 달했다. 글로벌 명품그룹인 LVMH의 지난해 매출이 446억유로(약 60조2372억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패션산업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K콘텐츠의 세계화를 활용한 K패션의 해외 진출 전략 수립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패션 신흥3강, 브랜드 혁신·M&A 앞세워 삼성물산·LF '위협'
대기업 패션사들, 10년간 성장정체 빠진 까닭
“대기업 중심의 화섬 패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섬이 이달 초 박철규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사장을 해외사업 대표로 영입했다는 소식에 국내 패션업계에선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는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삼성의 패션을 총괄하던 시절 ‘브랜드 헌터’로 명성을 떨쳤던 인물이다. 1957년부터 나일론을 제조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패션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도 ‘화섬 패션’의 쇠락과 맞닿아 있다.

MLB·디스커버리 잘나가더니…F&F '시총 1위' 등극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업계에서 ‘매출 1조 클럽’의 서열이 급변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 패션기업의 위력이 떨어지자 휠라, 한섬, F&F 등 신흥 명가들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확실한 브랜드 정체성, 빠른 의사 결정 등이 패션 기업들의 서열을 바꾼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정체 늪에 빠진 대기업 계열 패션사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수십 년간 국내 패션산업을 이끌었다. 패션 기업 중 매출 1조 클럽 1호로 가입했다. 2010년 제일모직의 매출은 1조3912억원에 달했다. 그해 감사보고서에서 제일모직은 ‘빈폴, 갤럭시, 로가디스 등 자가 브랜드 중심의 사업을 근간으로 국내 최고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며 ‘유명 브랜드를 수입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삼성물산 패션 부문 매출은 1조5455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1조6189억원)과 비교하면 10년 동안 오히려 뒷걸음질한 셈이다. 코오롱FnC도 마찬가지다. 토종 아웃도어 시장을 개척, 2011년 1조 클럽(1조1936억원)에 가입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8680억원에 그쳤다. 올 3분기까지 매출은 6560억원을 기록했다.

LG그룹에서 독립한 LF는 대기업 계열 패션기업 중 그나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 식품 등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덕분이다. 다만 패션 부문 매출은 2010년 1조1034억원에서 지난해 1조1159억원으로 10년 동안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대기업 중심의 ‘화섬 패션’이 차지했던 권좌는 신흥 패션강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MLB, 디스커버리 등의 브랜드를 발굴한 F&F는 2010년 2071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8376억원으로 네 배가량 늘어났다. 올해는 3분기에만 3290억원의 매출을 거둬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 클럽 가입을 예약해둔 상황이다.

한섬은 지난 10년 새 세 배 가까이 덩치를 키웠다. 2010년 4474억원에서 지난해 1조1959억원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사상 최고 실적이 예상된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로 ‘대박’을 친 휠라홀딩스는 올해 매출이 4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외형에서 국내 패션업계 1위 규모다.

○“브랜드 발굴보다 실적 중심이 발목”
대기업 계열 패션 기업들의 쇠퇴들 두고 한 대형 백화점 패션 바이어는 “빈폴(삼성물산), 헤지스(LF) 같은 트래디셔널(TD) 브랜드가 10년 전만 해도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해외 컨템퍼러리 브랜드로 선호가 바뀌었다”며 “MZ세대에게 자전거 마크는 ‘노땅’ 취급받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잡은 물고기의 딜레마’다. 빈폴만 해도 여전히 연매출 5000억원을 넘나드는 효자 브랜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TD 브랜드는 남녀는 물론 키즈, 골프 등 확장성이 강한 것이 장점”이라며 “문제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게 변화가 힘든 데다 단기 실적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전문 경영인 입장에선 확실한 TD 브랜드를 버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코오롱FnC가 매출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TD 브랜드가 없어 고전하는 것은 삼성물산과 LF가 각각 빈폴, 헤지스에 ‘올인’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전문 경영인 시스템이 패션업의 특성과 맞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LVMH그룹의 성공엔 패션 전문가인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며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이서현 사장 시절 도입했던 해외 브랜드로 버티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지휘 아래 해외 브랜드를 적극 발굴하고 있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대형 백화점 패션 바이어는 “대기업 계열 패션사들은 최고경영자(CEO)의 수명이 짧은 데다 외부 컨설팅에 따라 전략이 자주 바뀌어 브랜드 정체성을 제대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동휘/배정철/노유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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