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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암호화폐 거래소의 무책임한 무더기 상폐 - 이데일리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수십개의 코인을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코인을 상장하고 관리하는 것은 거래소의 기본적인 권한이자 의무다. 업비트가 유의종목을 선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그런데 이번엔 유독 충격이 크다.

업비트는 지난 11일 코모도 등 25개 코인을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페이코인과 마로 등 5개 종목은 원화 마켓에서 거래 중단시켰다. 유의 종목 코인들은 1주일간 소명에 나서야 한다. 원화 마켓에서 제거된 종목은 앞으로 업비트 거래소에선 BTC마켓(비트코인으로 거래를 하는 시장)방식으로만 거래될 전망이다.

코인 업계에선 업비트의 결정은 투자자들의 배려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한다. 거래소는 어디까지나 이용자의 거래를 위한 것이 존재 이유다. 상장한 코인 178개 중 14%에 이르는 25개를 하루아침에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면 이전부터 관리를 부실하게 하고 상장 결정을 했던 거래소부터 사과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업비트는 유의 종목을 지정한 후, 근거도 제대로 밝히지 않아 코인 업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시장은 다른 거래소도 상장폐지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거나, 업비트가 유의 종목을 추가 발표한다는 소문에 분위기가 흉흉하다. 국내 거래소들은 투자자의 지지 속에 자율적으로 성장했다. 투자자가 믿고 돈을 맡겼기 때문에 거래소는 다양한 코인을 상장했고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시장 추측대로 별 검증 없이 그저 상장 코인을 늘려 수수료에만 급급하다가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신고를 앞두고 말이 나올 것 같자, 일부 코인의 정리를 결정했다면 거래소는 도덕성 흠결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당국도 거래소를 들여다볼 법적 권한이 없다는 이유만 대며 뒷짐만 지고 있어선 안된다. 투자자보다는 수익에만 급급하며 변칙영업을 하는 거래소는 없는지 감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투자자를 오직 ‘돈줄’만으로 본 거래소가 없는 지 계속 조사하고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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