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금리인상론엔 "타임테이블 정해두지 않아"
"통화정책 정상화로 금융불균형 대처해야 할 필요성 커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한국은행)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5월 모두 발언에서 당분간 현재 완화 기조 유지하겠다고 말한 뒤 두 달이 경과했다"며 "코로나19 재확산되고 있지만 지금의 경기 회복세, 물가오름세 확대와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완화정도를 검토할 시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 4차 대유행에도 올해 경제성장률은 4%에 도달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확진자가 늘면서 불확실성이 높지만 방역 조치 효과가 점차 나타난다면, 올해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했던 수준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겨울철 발생한 대유행과는 달리 대규모 백신 접종이 예정돼 있고, 백신의 중증 단기 효과가 상당히 좋다"며 "경제 주체들의 감염증에 대한 학습 효과도 높아져, 또 다른 형태로 소비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회복세를 뒷받침해 온 수출과 투자의 견조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수출과 투자의 견조한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정부에서 추진 중인 경기 활성화 대책도 일정 부분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GDP 갭도 내년 상반기 중에 마이너스 갭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날 금통위에선 지난해 5월 금리를 0.50%로 낮춘 이후 처음 소수의견이 등장했다. 고승범 위원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선 이 총재는 "경기 회복 전망을 토대로 금통위가 금융 안정에 가장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정상화의 당위성에 기초해서 나온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소수의견의 등장이 8월달 금리인상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앞서 2018년 10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소수의견이 등장한 뒤 다음달인 11월 금통위에서 금리가 1.75%로 인상한 바 있다. 이 총재는 "금리인상은 타임테이블로 정해놓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과거엔 그때 상황이 있었을 것이고, 과거에 그랬다고 해도 지금도 그렇게 적용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8월 금리인상 신호로 보느냐 안 보느냐는 코로나 상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달려있다"며 "코로나가 경기 회복세를 크게 저해하지 않으면 금리 정상화를 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안정성장을 갖추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는 데 다른 위원들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코로나 확진자 수 자체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1000명이 넘으면 (금리인상을) 안하는 등 절대적인 수를 갖고 따질 수 없다"며 "가장 중요한 건 경기 회복세 지속이 부합하는 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스1
통화정책으로 금융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금리인상의 필요성에 힘을 보탰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부채가 과도하다는 것으로, 경제 주체들의 수익 추구 행위가 상당히 과도하다"며 "과도한 차입에 의한 자산투자를 시급히 해소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를 개선해 나가는 노력을 보이는 게 중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거시건전성 정책에도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금융불균형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오랫동안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해왔지만, 경제주체들의 위험 선호가 지속되면서 차입에 의한 자산투자가 늘어났다"며 "건전성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유지되는 한 거시건전성 정책 효과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판단했다.
이어 "금융불균형 문제를 거시건전성 정책과 함께 거시경제 여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통화정책 정상화를 통해 대처해나갈 필요성이 종전보다 커졌다"며 "다수의 금통위원들이 통화정책이 금융불균형 해소에 가장 역점을 둬야할 때라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있으며, 통화정책은 이를 위해 운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집값 고점론에도 동의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앞으로 2~3년 후라도 집값이 내릴 수 있다"며 "무리하게 영끌에 나선다면 나중에 집을 처분해야 할 시점에 자산가격 재조정이 일어나면서, 힘든 상황에 부딪칠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 달라"며 집값 고점론을 펼친 바 있다.
그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수도권의 경우 상당히 높은 수준에 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과거 장기 평균치와 비교하면 소위 수도권 지역의 주택 가격은 상당히 높다고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선 "재원이 한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재원이 얼마나 추가로 소요될 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 피해를 입은 계층에 대해 중점 지원하는 것이 설득력 있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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