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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포인트 사태가 드러낸 '전자금융 규제완화'의 민낯 - 매일노동뉴스

▲ 자료사진 금융노조

머지포인트 사태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변화하는 전자금융환경에 대응하는 규제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사태라는 비판이다. 게다가 기껏 전자금융환경 규제에 나서겠다며 지난해 발의한 관련 법안도 실상은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완화를 담고 있어 비판이 거세다.

16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머지포인트는 머지플러스가 발행하는 일종의 무기명 상품권이다. 가맹점에서 머지포인트로 거래하면 실제 결제대금의 평균 20%가량을 할인해 주는 서비스다. 초기 요식업을 넘어 유통매장과 편의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가맹을 늘렸다. 2018년 사업을 시작한 뒤 6월 말 현재 누적 발행액이 1천억원에 달한다. 무서운 성장세다.

선불충전금 ‘페이’ 2조원대, 거래 수십조원

문제는 최근 머지플러스가 전자금융사업자 라이선스 없이 전자금융업을 영위했다는 점이다. 사실상의 전자화폐를 발행하는 일을 하면서 실제 사업자등록은 상품권 발행업으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상품권 발행은 금융당국이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를 받는다. 금융당국이 개입할 수 없다.

머지플러스는 최근 투자확대를 위한 설명회 과정에서 이런 맹점을 인지하고 전자금융업 등록을 준비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금융업 인가가 없었다는 사실이 언론을 타면서 “폰지가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폰지는 이윤 창출 없이 투자자가 투자한 돈으로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사기범죄다. 동요한 소비자들이 환불을 요구하면서 지금 사태에 이르렀다. 일부 소비자는 서울 영등포구 본사를 찾아 환불을 요구하고 있고, 지급이 어려워지기 전에 포인트를 모두 써 버리자는 움직임도 커져 자영업자 위기까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머니포인트 지불능력이 사라지면 포인트로 판 재화에 대한 대금을 자영업자가 돌려받지 못해 도산 우려가 커졌다.

이런 선불지급업 규모는 지난해 1조9천900억원까지 성장했다. 거래액은 수십조원 규모다. 금융위원회가 확인한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는 8월 현재 67곳이지만, 머지플러스가 전자금융업 등록을 안 했던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감독 책임 정부는 정작 규제완화 개정안만

정부가 아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새로운 제도 마련에 나섰다. 그 결과물이 지난해 11월 금융위의 청부입법에 따라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다.

그러나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애초에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규제와 소비자보호보다 전자금융업 진흥과 규제완화에 초점을 맞춘 탓이다. 윤관석 의원안의 뼈대는 전자금융업을 자금이체업·대금결제업·결제대행업·지급지시전달업으로 구성하고 종합지급결제사업자를 도입해 자금이체업·대금결제업·결제대행업을 함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이용자에게 계좌를 개설해 줄 수 있고, 외국환업무와 신용관리정보업 같은 각종 전자금융 관련 영업을 할 수 있다. 일종의 금융회사지만 금융 관련 규제나 금융소비자 보호 법규를 적용하지 않는다. 금융위는 “IT기업은 금융회사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특혜 논란이 거셌다. 금융노조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은 시급하지만, 개정안은 네이버·카카오에 금융업 진출 특혜를 준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정부 대책, 머지포인트 사태에 속수무책”

실제 이 법안이 시행됐더라도 현재 발생한 머지포인트 사태에는 속수무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개정안 내용 가운데 머지포인트 사태와 관련한 것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선불전자지급수단 예치금의 은행 예치 의무 부과와 부실사태 발생시 소비자 보호 조치, 그리고 머지포인트를 발행하는 머지플러스의 금융기관 관련 규제 적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예치금의 100%를, 대금지급업자는 50%를 은행 같은 외부기관에 예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지정을 위한 최소 자본금이 200억원이라 20억원 수준의 자본금을 채운 것으로 알려진 머지플러스가 이 규제를 받았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은 “대금지급업자 50% 규제를 받더라도 결국 소비자가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것은 50%에 불과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도 예치를 했을 경우다. 개정안은 예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기업에 대한 규제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지플러스를 금융회사로 볼 수 있느냐는 대목도 문제다. 개정안은 머지플러스 같은 핀테크 기업을 금융회사로 보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에 가하는 유동성 규제와 자본적정성 규제 같은 각종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머지포인트는 제한된 영역에서 쓰이는 상품권이 아니라 범용성을 획득한 전자화폐”라며 “이런 경우 전자화폐를 발행하는 기업에 대한 유동성·자본적정성 규제 같은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개정안은 전혀 그런 내용이 없어 피해 예방이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100% 외부 예치 의무화해야”

사고가 났을 때의 대응책도 부실하다. 개정안은 핀테크 기업의 외부 예치를 전제로 파산시 우선 변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파산시에만 발동할 뿐이다. 지금 머지포인트 사태처럼 파산 이전에 발생한 포인트런이나 회생절차 편입시 변제받을 수 없다. 그나마도 처벌이 부실해 안 지키면 그만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속해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서 이용자 예치금 외부 예치 의무를 모두 100%로 상향하고, 금융업 관련 규제를 모두 면탈한 종합지급결제사업자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금융업에 참여하는 IT기업도 금융기업으로 보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관련 규제를 전면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요구를 수용한 법안도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7월 선불전자지급수단인 페이 사업을 하는 기업을 이용자예탁금수취업자로 규정해 금융회사 관련 규제를 받도록 하고 소비자도 금융소비자로 간주해 관련 보호제도를 적용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냈다. 이용자예탁금은 기업의 재산과 구분해 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하고, 문제가 생기면 우선변제하도록 법조항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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