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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재벌만나 이재용 사면 건의에 “고충이해” 민변 “부당거래” - 미디어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4대 재벌총수들과 만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건의에 “고충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과거 사법정의, 형평성 등 부정적 언급과 달리 긍정적 답변만 한 것으로 알려져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재용 사면 시도는 법치의 근간을 흔들고 재벌과 새로운 부당거래를 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낮 12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를 초청, 오찬을 겸한 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재벌측에서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이 참석했다. 이 자리는 한미 정상회담 계기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역할을 한 기업인들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2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이재용 사면과 관련한 건의를 경청한 후 “고충을 이해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누가 얘기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는 기자 질의에 청와대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있고, 크리에이티브 띵킹(creative thinking)이라고 표현하면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며 “그러면서 그가 ‘경제5단체장이 건의한 것을 고려해 주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고, 또 다른 대표도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는 발언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재용 사면 여부인지를 언급하지 않은채 얘기한 것이어서 문 대통령이 ‘경제5단체장 건의가 뭘 의미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그제야 이재용 사면임을 확인해줬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고충을 이해한다”면서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낮 4대그룹 총수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일 낮 4대그룹 총수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 부회장 사면 관련해 ‘부정적 여론도 언급하지 않았느냐’는 기자 질의에 이 관계자는 “네, 제가 받아 적은 것은 그렇다”며 “사면에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했다”고 답했다. 그는 “긍정, 부정 어떤 쪽에 공감하는 이라고 특정하지 않았다”며 “이전에 4주년 특별연설 때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며 충분히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고 말했던 의미로 해석이 된다”고 주장했다.

‘경제5단체 건의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기자들은 당연히 사면이라고 이해할 것 같은데, 대통령이 한번 더 반문을 했다는건, 대통령이 경제5단체 건의에 대해 사전에 잘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냐’는 어떤 기자의 질의에 이 관계자는 “보고를 안 받았어도 기사에 워낙에 많이 났기 때문에 당연히 아는 것”이라며 “최태원 회장이 영어를 중간에 많이 쓰면서 말하고 나서 ‘경제5단체장 건의’로 넘어갔기 때문에, 그 맥락에서 사면으로 생각하기가 좀 어려웠다. 대통령이 이 보고를 못 받았거나 인지하지 못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이날 오전부터 이재용 사면 또는 가석방은 절대 안된다며 민변과 민주노총, 경실련, 참여연대 등 노동 시민사회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반대 목소리를 냈는데도 문 대통령이 이 같은 반응을 내놓아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소속 김종보 변호사는 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법무부의 사면심사위원회 대상자 명단에 이재용이 포함돼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하려면 법무부장관이 사면심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대통령에게 특별사면 대상자를 상신해야 하는데, 이 때 청와대가 법무부에 가이드라인을 준다”며 “법무부가 올리는 사면심사위 대상자 명단에 이재용 부회장이 있으면, 청와대가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하겠다는 뜻이 반영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낮 청와대에서 4대그룹 총수들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일 낮 청와대에서 4대그룹 총수들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김 변호사는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한다면, 스스로의 존재 기반을 허물고, 촛불정신을 헌신짝처럼 차버리는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측에 뇌물을 제공한 사람인데도 사면으로 봐준다는 것은 뇌물을 줘도 ‘총수’라는 이유만으로 봐준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법무부가 사면심사위에 ‘범죄의 정상(情狀), 본인의 성행(性行), 수형 중의 태도, 장래의 생계, 그 밖에 참고가 될 사항에 관한 조사서류’를 첨부하게 되어 있는데, 이재용 부회장은 아무리 봐도 사면할 이유가 없다”며 “이재용 사면이라는 사탕을 흔들며 재벌과 유착하려는 부당거래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경제개혁연대, 경제민주주의21,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용 사면·가석방 논의는 가당찮으며 절대 반대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사면·가석방은 경제적 투자에 대한 정치적 대가나 경제 논리에 따라 악용되어선 안 된다”며 “경제적 투자에 대한 정치적 대가로서, 경제 논리로 환원돼 재벌의 기업 범죄 정당화에 악용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총수의 부재로 의사결정을 못하고 있다는 식의 이재용 사면론 근거를 두고 이들은 “이러한 주장 자체가 한국 재벌기업 경영방식의 낙후성을 보여준다”며 “경제정의와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할 개혁 사항”이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재용 사면·가석방은 현재 진행 중인 삼성물산 불법합병과 분식회계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되며 이 부회장이 ‘법무부 취업제한’ 통보에도 삼성전자 부회장직을 유지해 수형 기간 중에도 다른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재용 사면·가석방의 부당성을 알리는 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현재 진행 중인 삼성물산 불법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사건 재판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겠다”고 덧붙였다.

▲민변과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경실련,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결사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민변과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경실련,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결사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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