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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생산성 OECD 바닥권인데…주52시간 전면시행, 경영계 '비명' vs 정부 '강행' - 뉴데일리경제

입력 2021-06-16 15:10 | 수정 2021-06-16 15:33

▲ 다음 달부터 중소기업에도 주 52시간제 적용.ⓒ연합뉴스

다음 달 주 52시간제 전면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영계가 추가적인 계도기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지만, 정부는 일정대로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로 50인 미만 영세기업의 인력난이 심화한 가운데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내달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52시간 적용
고용노동부는 15일 다음 달 전면시행하는 주 52시간제와 관련해 50인 미만 사업장에 따로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주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주 52시간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먼저 적용됐고 지난해 1월 50~299인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다음 달부터는 5~49인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된다. 다만 정부는 300인 이상 사업장과 50~299인 사업장에는 제도 안착을 이유로 근로시간을 어겨도 처벌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줬었다.
정부는 영세 사업장에 따로 계도기간을 주지 않는 이유로 설문조사 결과와 탄력근로제 등 제도 보완이 이뤄졌다는 점을 들었다. 설문조사는 지난 4월 중소벤처기업부·중기중앙회와 공동으로 전문 업체에 의뢰해 5~49인 사업장 1300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노동부 설명으로는 조사 결과 다음 달부터 주 52시간제를 지킬 수 있다고 응답한 사업장 비율이 93.0%로 나타났다. 벌써 주 52시간제를 시행한다는 답변도 81.6%로 집계됐다. 다만 제조업은 주 52시간제를 지킬 수 있다는 응답이 82.4%로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정부는 주 52시간제 안착을 위한 보완 입법이 이뤄져 지난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는 점도 강조했다.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최장 6개월로 확대했기에 근로시간 적용의 유연성이 확보됐다는 설명이다. 탄력근로제는 정해진 단위 기간 중 업무가 많은 주의 근로시간을 늘리고 업무가 적은 주는 근로시간을 줄여 그 평균치를 법정 한도 내로 맞추는 제도다. 경영계는 단위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정부는 최장 6개월로 못 박은 상태다.
정부는 5~29인 사업장의 경우 노사 합의를 거쳐 내년 말까지 1주 8시간 추가 연장근로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상 주 60시간 근로가 가능하다는 견해다. 권기섭 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2019년 기준 5∼29인 사업장은 74만2866곳으로, 5∼49인 사업장 78만3072곳의 94.9%를 차지한다"고 부연했다. 권 실장은 "업무량 폭증 등 예상치 못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주 52시간제의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도 5∼49인 사업장이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애초 특별연장근로는 재해·재난 등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 노동부 인가를 받아 활용할 수 있었으나 지난해부터는 업무량 폭증 등 경영상 사유도 인가대상에 포함됐다.

노동부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전국 48개 지방노동관서에 '노동시간 단축 현장 지원단'을 꾸리고 맞춤형 컨설팅에 나선 상태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인력 충원이 필요한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도 시행한다. 권 실장은 "인력난을 겪는 지방 기업에는 외국 인력을 우선 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연간 근로시간은 꾸준히 줄고 있으나 OECD 33개 회원국 중 멕시코, 칠레 다음으로 길고 OECD 평균보다 300시간 이상 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 주52시간제 대책 마련 촉구하는 경제단체장들.ⓒ연합뉴스

◇업계 "뿌리·조선기업 44% 아직 적용 불가능"
그러나 정부가 이날 제시한 설문조사는 앞서 경영계가 내놓은 자체 조사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기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는 지난 14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19 여파로 현장에서 느끼는 경제 상황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특단의 보완책 없이 주 52시간제가 전면시행되면 큰 충격을 주게 된다"며 "50인 미만 기업에도 대기업, 50인 이상 기업처럼 추가적인 준비기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중기중앙회가 뿌리·조선업체 207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설문 결과 해당 기업 중 44%는 아직 주 52시간제 적용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27.5%는 7월 이후에도 준수가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단체는 "최소한 조선·뿌리·건설업 등 근로시간 조정이 어렵거나 만성적인 인력난을 호소하는 업종, 집중근로가 불가피한 창업기업에 대해선 추가 준비기간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기중앙회는 "특근 수당이 많은 조선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시 업계 평균임금이 10년 전으로 돌아가 다수의 근로자가 소득보전을 위해 투잡을 뛰고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강조했다.

▲ OECD 시간당 노동생산성 비교(2019년 기준).ⓒ연합뉴스

◇노동생산성 OECD 평균의 74%에 그쳐
친노동 성향의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 건강권 보호 등을 내세워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붙였지만,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주요국들과 비교해 여전히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국가지표체계에 따르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15년 3만490원, 2016년 3만1962원, 2017년 3만4132원, 2018년 3만5607원, 2019년 3만6040원 수준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4.8%, 문재인 정부로 넘어가던 2017년 6.8% 증가했다. 이후 현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 4.3%, 2019년 1.2%로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다.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OECD가 출판한 생산성 지표 요약을 보면 2019 기준으로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0.5달러다. OECD 36개 회원국 중 30위에 해당한다. 한국보다 생산성이 낮은 나라는 칠레(27.0달러), 그리스(33.9달러), 헝가리(38.2달러), 라트비아(37.1달러), 멕시코(20.3달러), 포르투갈(40.2달러) 뿐이다. OECD 평균(54.5달러)의 74% 수준이다. 최근 문 대통령이 초청받아 참석했던 G7(주요 7개국·63.0달러)과 비교하면 64.3% 수준에 불과하다. 2018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8위였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29위서 1단계 올랐다가 1년 만에 2단계가 떨어진 셈이다. 일각에선 그나마 2018년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시행되면서 하락 폭이 작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우리나라와 덴마크·노르웨이·독일·네덜란드 4개국의 노동생산성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4개 비교국가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1396시간, 1인당 국민총소득은 6만187달러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이들 국가보다 1.4배(1967시간) 더 많이 일하고도 소득은 3만2115달러로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한경연은 비교국가의 노동생산성과 노동유연성이 높다는 점을 주요 특징으로 꼽았다. 비교국가의 평균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73.3달러로, 우리나라(40.5달러)와 큰 차이를 보였다. 노르웨이(84.3달러)는 한국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세계경제포럼(WEF)의 노동시장 유연성 평가를 보면 이들 비교국가의 평균 점수는 68.9점이다. 반면 한국은 54.1점으로 OECD 37개국 중 35위를 차지했다.

일부 전문가는 한국의 노동여건을 고려해 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 52시간제 전면시행과 관련해 "중소기업들이 가뜩이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며) 고용 확대에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라며 "산업별·업종별 혹은 규모에 따라 (중기나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중하는) 근로시간 단축을 보다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2002∼2008년과 비교해 2009∼2017년 한국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6.3%포인트 내렸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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