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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이런 승부수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허 찔렸다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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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타이어가 달린 컴퓨터가 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유럽에 있는, 유럽을 위한 혁신 기지를 세우는 것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7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오토쇼(IAA) 기조연설에서 최대 800억유로(약 110조원)를 투자해 유럽에 새 반도체 공장 2곳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이같이 강조했다. 유럽에 지어질 새 공장이 차량용 반도체 생산 공장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겔싱어 CEO는 "공장 신설 계획은 더 확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텔은 유럽의 차량용 반도체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아일랜드 공장을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특화하기로 했다. 자동차 업체들이 고급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이를 지원하는 공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겔싱어 CEO의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겔싱어 CEO는 2020년대 말까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현재의 두 배인 1150억달러(약 134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프리미엄 자동차의 경우 재료비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9년 4%에서 향후 20%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텔의 유럽 투자 계획 발표는 지난 3월 200억달러(약 23조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 두 곳을 신설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불과 반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텔의 이번 투자를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인텔은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지만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미약하다. 삼성전자와 TSMC 두 곳의 합산 점유율이 70% 이상인 것과 대비된다. TSMC와 삼성전자 양강 구도인 파운드리 시장을 3강 구도로 재편하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유럽과 차량용 반도체라는 조합은 이 같은 인텔의 필요에 딱 맞아떨어진다. 우선 차량용 반도체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확산과 자율주행 기술 발달로 시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기술 난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나 중앙처리장치(CPU) 등의 반도체보다 난도가 낮은 28~10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정도의 공정 수준에서도 생산이 가능하다. 현재 인텔의 최신 미세공정은 10나노지만, TSMC와 삼성전자는 5나노 공정을 놓고 경쟁하고 있으며 내년 중 3나노 제품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유럽은 BMW, 폭스바겐, 다임러, 스텔란티스 등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들이 있는 지역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많다. 유럽연합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도 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현재 채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유럽의 반도체 생산 비중을 2030년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2024년까지 반도체산업에 1450억유로(약 200조원)를 지원한다는 반도체 육성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인텔만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과반을 점유하고 있는 TSMC도 차량용 반도체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분기 TSMC 매출 가운데 차량용 반도체 매출 비중은 약 4%에 불과하지만, 전기차 전환과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과감히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최소 3개의 AP와 10여 개의 이미지센서, 최대 30개의 전력관리반도체(PMIC), 4~5개의 디스플레이 구동칩(DDIC) 등 다양한 종류의 시스템 반도체가 들어간다. 전자제품에서 정보처리·제어·가공 등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는 반도체 패권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으로 꼽힌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자동차 시장의 주축이 전기차를 거쳐 자율주행차로 넘어가면서 5~10년 후에는 차량용 반도체 부품 역시 차량당 현재 300개 수준에서 2000개 이상으로 크게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현대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과 연합해 차량용 반도체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2026년이면 676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인수·합병(M&A)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라고 말했다.

[노현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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