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반도체 수급 차질 장기화…회사에 밀리면 안돼"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아산공장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일시 휴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차량 전장시스템 전반을 제어하는 ‘파워 컨트롤 유닛(PCU)’ 수급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부족 물량은 7000대가량으로 추산된다. 아산공장은 당초 사흘은 휴업하고, 나흘은 절반만 가동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5000대는 휴업으로, 2000대는 50% 감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이 불거졌다. 노조는 “휴업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측에 반대 의사를 통보했다. 휴업 및 감산에 따른 임금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회사는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 5일간 휴업하되,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하는 안이었다. 5일 동안 일을 하지 않아도 5일치 임금의 70%는 주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마저도 거부했다. 어쨌든 임금 손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회사는 다시 이틀 휴업하되, 임금의 70%는 지급하고 이틀은 온라인 자택 교육을 진행하는 방안을 전달했다. 노조는 역시 휴업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로선 차량용 반도체를 제때 조달하지 못한 회사에 책임이 있는데 왜 우리에게 책임을 떠넘기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은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가 모두 겪는 문제다. 이들은 일찌감치 감산 체제에 돌입했다. 그나마 현대차는 미리 확보한 물량으로 지금까지 버텼다.
노조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지금부터 밀리면 끝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회사가 쉽게 휴업을 결정하지 못하게 막겠다는 것이다.
아산공장은 국내 판매 1위 세단인 그랜저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그랜저 판매량을 고려하면 공장을 더 돌리고 싶은 것은 오히려 회사다. 차량용 반도체가 없어 차 생산을 못하는 상황인데도 일하겠다는 노조. 일하지 않고 돈만 받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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