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급 추진…백신 수급 숨통 트일 듯
"한국 CMO산업 높아진 위상 보여준 것"
코로나 집단면역 앞당길 화이자 >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이르면 8월부터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서 생산된다. 국내에서 화이자 백신 위탁생산이 시작되면 중장기적으로 국민들의 백신 접종률이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연합뉴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 3공장에 화이자 백신 생산을 위한 설비를 깔고 있다”며 “8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 기업이 8월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받은 백신 양산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했지만 국내 기업과 백신업체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삼성의 화이자 백신 위탁생산은 국내 백신 수급난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백신 접종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지금까지 글로벌 제약·바이오사와 총 1억9000만 회분의 백신 도입 계약을 맺었지만 미국 유럽 등의 자국 우선주의, 원부자재 부족 등이 겹쳐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때문에 국내 백신 접종률은 7%가량으로 전 세계적으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국내 도입 백신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혈전 후유증으로 기피 현상까지 생겨 접종에 차질을 빚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술이전을 받은 노바백스 백신도 허가가 9월께로 늦춰졌다. 반면 몸속에 코로나바이러스 유전 정보를 전달해 면역력이 생기도록 하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인 화이자 백신은 심각한 후유증이 보고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화이자 백신의 국내 생산은 한국 CMO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급증하는 코로나19 백신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어 안정적으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CMO를 찾는 데 혈안이 돼 왔다.
삼성의 백신 위탁생산 시장 진출로 한국은 글로벌 백신 허브로 급부상하게 됐다.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러시아 스푸트니크 백신을 양산 중인 데 이어 노바백스와 화이자 백신까지 생산을 앞두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 기술이 까다로운 mRNA 백신 양산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했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위탁생산(CMO)업체로 선택하면서 한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로 떠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인천 송도 공장에서 생산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중장기적으로 국내 코로나 백신 안정적 조달 기반 마련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지만 전 세계 백신 수요가 몰리면서 생산량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화이자의 애로사항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화이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택한 것은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술력과 양산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화이자 백신 양산을 맡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송도 3공장 생산능력은 18만L로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다. 시장에서는 건설 중인 4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체 생산능력은 62만L로 늘어나 글로벌 CMO 시장 점유율이 약 30%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세계 2위인 스위스 론자(28만L)를 크게 앞선다.
일각에서는 미국 모더나 백신의 국내 생산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모더나 백신은 화이자와 같은 mRNA 방식이다.
한미약품 녹십자 등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더나는 최근 한국에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위탁생산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른 CMO들보다 밸리데이션 과정을 신속하게 진행해왔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보통 밸리데이션 기간을 1~2년으로 잡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기간을 6개월~1년으로 줄였다.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상황인 것을 감안해 정부가 제조시설 허가 절차를 최대한 당겨서 내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위탁생산하는 백신 가운데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을 확보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화이자와 국내 백신 물량 확보를 두고 계속해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간 글로벌 제약사들이 CMO가 있는 국가에 백신 물량을 우선 공급해온 경우가 많아 국내 물량 확보가 더 쉬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신영/이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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