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의원총회를 열어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중단하기로 했다. 생계형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지원은 유지된다. 지난해 아파트에 이어 다세대와 단독 등 일반주택 임대사업자제도도 사라지게 됐다. 임대사업자제도가 폐지되는 것은 27년 만이다.
임대등록제도는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1994년 도입됐다. 임대사업자에게 임대료 인상 5% 제한 등 공적 의무를 부여하는 대신 세제 혜택을 주는 게 골자다. 현재 임대사업자의 남은 임대 기간(의무기간 10년)을 고려하면 2030년쯤 임대사업자제도는 사라지게 된다.
임대사업자제도는 오락가락 정책의 결정판이었다. 애당초 임대사업을 장려한 것은 정부였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17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세입자와 집주인이 상생하는 정책을 펴겠다”며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든가 아니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이 같은 기조는 오래가지 못했다. 돌변한 정부는 2018년 임대사업자에게 제공했던 여러 가지 혜택을 거둬들였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낮췄고 조정지역 내 신규 취득 임대주택에 대해 양도세를 중과했다. 지난해엔 아예 대출을 묶고 4년, 8년 아파트 임대도 없애 버렸다. 누더기가 된 제도를 아예 없애 버리기로 한 게 의총 결론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결정은 임대사업자의 주택이 매물로 나와야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매입임대사업자로부터 조기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등록 말소 후 6개월 동안 세금을 중과하지 않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 등 정책 실패 책임의 일단을 임대사업자에게 돌린 셈이다. 정부를 믿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이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정부의 정책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시장 안정은커녕 시장 불안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여당의 임대사업자 압박으로 등록 임대매물이 줄어들면서 매물절벽을 초래했다. 지난해 8월부터 올 4월 말까지 사라진 등록 임대주택만 50만708가구에 달했다. 전월세 대란의 단초가 됐다. 게다가 임대사업자제도를 폐지하면 그 피해가 세입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실증적인 연구 결과도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토연구원의 ‘민간임대주택등록 활성화제도의 성과점검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가 집값 상승을 유발했다는 근거는 없다. 되레 전월세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준공공성을 갖는 민간임대주택 공급이 축소되면 그 여파로 임대료는 상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작동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시장원리를 무시한 탓이다. 26번의 대책으로도 집값과 전월세 급등을 막지 못했다. 시장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임대사업자제도 폐지가 또 다른 실패의 고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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