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몇년 전까지만 해도, '신권 대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연휴 전주면 은행 영업점마다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이런 현상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명절용 신권 교환을 위해 많은 고객이 영업점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권을 원한다고 모두 다 줄 수 없다는 게 은행들의 얘기입니다. 은행마다 한국은행에서가져올 수 있는 화폐 양이 정해져 있고, 이마저 영업점별로 다르게 분배가 되기 때문인데요. 이때문에 영업점들은 명절이면 개인마다 가져갈 수 있는 신권의 수를 정해두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1인당 제한을 10~50매 정도로 정해놔야 특정 개인이 신권을 과도하게 많이 가져 가는 경우를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순순히 이를 포기하지 않는 고객들도 많다고 합니다. 일부 은행원들은 '신권 빌런(악당)'이라는 표현을 쓰며 고객 응대가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합니다. 제한된 화폐보다 더 달라고 무작정 요구하고 거친 말을 하거나, 용무를 본 뒤 다시 와서 신권을 또 요청하는 경우도 많답니다.
신권 품귀 사태가 비단 은행원의 스트레스 때문에 문제라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5만원권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신권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는데요.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5만원권 환수율(발행액 대비 환수액)은 25.6%로 집계됐습니다. 2017년말만해도 환수율이 113.7%에 달했지만 이후 매년 뚝뚝 떨어지고 있는 건데요.
5만원권이 은행으로 돌아오지 않으면서 신권을 구하기도 어려워지고, 대신 1만원권 신권 수요가 늘면서 신권들의 몸값이 전반적으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연휴 즈음에는 물론 더 심각해지겠지요. 필요한 새 지폐를 찍어내려면 결국 또 국세를 쏟아 부어야 합니다. 지난해에도 5만원권을 새로 찍어내느라 수백억원의 세금을 투입했는데요.
이같이 상황이 반복되자 몇년 전 한국은행은 홍보용 포스터(사진)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세뱃돈, 깨끗한 돈이면 충분합니다"라는 내용인데요. 언택트(비대면) 시대에도 여전히 소비자들은 깨끗한 돈 보다는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비자들의 '신권 사랑'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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