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언젠가 합의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합의금 전망이 최대 16배가 차이가 나는 등 극과 극에 달하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3조원 이상을 요구하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5000억원 미만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 연방 영업비밀보호법(DTSA)에 근거해 합의금 규모를 정했다는 입장이다. LG 측은 "DTSA에 따르면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보상 기준은 과거와 미래의 피해액이 산출 기준이 되며, 전기차 시장에서는 수주금액이 피해산출의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수조원대 배상금은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SK이노베이션이 2017년 LG 인력과 영업비밀을 빼돌린 이후 수주한 60조원에 미래 수주금액까지 더하면 약 120조원에 달하는데, 여기에 로열티 5%만 적용해도 피해금액이 6조원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소송이 민사소송까지 가게 될 경우, 실제 손해액에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더하면 9조원 이상을 SK이노베이션이 부담할 수도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피해 금액의 200%까지 추가가 가능하다. 피해금액이 3조원일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금액 6조원이 더해지는 것이다.
실제 올해 초 일리노이주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모토로라솔루션의 연구개발(R&D) 직원 3명이 중국 하이테라커뮤니케이션에 이직해 무전기(DMR) 관련 영업비밀을 탈취해 손해를 끼친 혐의에 대해 4억 700만달러(약 4500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는 부당이익 1억3500만달러와 이의 200%에 해당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2억7200만달러가 적용된 사례다.
글로벌 DMZ 시장 규모가 2018년 기준 4조원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약 10%에 불과한 데다 모토로라 사례의 경우 영업비밀을 빼돌린 인력이 3명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LG·SK 민사소송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규모도 수조원대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7년 이후 LG에서 SK로 이직한 배터리 사업부 인력은 약 100명에 달한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이제 막 성장 궤도에 접어든 만큼, 전통 산업과 동일한 피해산출 및 미래가치 선정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진행된 ITC 영업비밀 침해 상위 10개 소송의 손해배상액 평균은 약 2억2770만달러(약 2500억원)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에 수주한 폭스바겐과 포드에 대해 각각 2년, 4년간 유예기간을 받은 만큼 시간을 벌었기 때문에 소송 장기전도 각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남은 40일 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즉각 연방고등법원에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소모적인 소송전을 택한다면 당사는 끝까지 단호하게 대응할 계획이며, 그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도 경쟁사가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선점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양사가 소송 장기전에 돌입하는 대신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현재 CATL 등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공격적으로 수주전에 나서고 있어, 자칫하다 시장을 뺏길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소송 리스크를 들어 배터리 공급사를 중국이나 일본 업체로 바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르면 다음주 ITC가 SK이노베이션의 패소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판결 전문을 공개하면 양사가 협상을 재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원래 ITC는 최종판결 발표일로부터 2주 뒤에 전문을 공개하는데, 지난해부터 코로나 등을 이유로 공개 시점이 예정일보다 2~3주씩 미뤄지는 추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지분 매각과 상장 등을 통해 현금을 마련하고 있어 조만간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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