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쌈짓돈' 터는 가짜 암호화폐
강남 '코인 투자설명회' 가보니…
암호화폐 생소한 60대 대상
초고수익 내세워 투자 유치
기존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일정 금액을 보상해준다”고 유혹하는 것은 다단계 판매와 비슷하다. 일정 기간 약속된 이자를 지급하다가 이후 투자금을 들고 잠적하는 게 일반적 패턴이다. 기존 암호화폐거래소와 비슷한 자체 거래 플랫폼을 내세워 투자자를 속이는 것도 단골 수법이다. 블록체인 보안 전문업체 웁살라시큐리티의 구민우 한국지사장은 “과거 옥장판으로 대표됐던 불법 다단계 판매 품목이 코인으로 바뀐 것”이라며 “코인은 데이터에 불과해 사기를 당하면 손에 남는 게 없다”고 경고했다.
경찰 금융범죄수사대 관계자는 “금융회사도 마찬가지지만, 원금보장·손실보장을 강변하는 다단계 코인회사는 피하는 게 상책”이라며 “암호화폐 열풍에 휩싸여 일확천금을 꿈꿔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열풍에 피해 잇따라…"투자자 모집 요구하면 의심해야"
9일 서울 지하철 강남역 인근 한 빌딩의 강의실.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40여 명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코인 투자회사’를 자처하는 A사의 투자설명회를 듣기 위해 모인 투자자들이다. 이 회사 임원은 “특허받은 자체 코인 뱅킹 플랫폼이 이달 중 앱으로 출시된다”며 “우리가 만든 B코인의 가격은 지난달 250원에서 지금은 300원이 됐고, 상장만 하면 100만원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이들은 SNS를 통해 투자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또 다른 다단계 코인 업체 B사는 ‘밴드’를 통해 “자체 개발한 코인에 투자하면 투자금을 크게 불릴 수 있다”고 했다. “돈을 많이 투자할수록 코인을 채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새로운 사람을 데려오면 더 많은 코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이들이 장년층·노년층을 상대로 사기성이 농후한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A사 임원에게 “코인이 어느 거래소에 상장되느냐”고 질문하자 “우리 회사가 개발한 코인은 다른 거래소에 상장할 수 없어 자체 설립한 거래소에서만 사고팔 수 있다”고 얼버무렸다. B사의 경우 상담을 위해 전화 통화를 마친 뒤에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빨리 100만원을 입금하라”고 끈질기게 종용했다.
젊은 층에 비해 가상자산이 익숙하지 않은 장년층과 노년층이 주요 ‘타깃’이다. 주로 서울 테헤란로나 여의도 등지에서 설명회를 통해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밴드 등도 활용해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주로 원금보장·고수익 등의 유인책을 내세워 투자자를 유혹한다. 이들에게 암호화폐를 구입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 뒤 단기간 이자 명목으로 수익금을 되돌려주다가 어느 정도 자금이 모이면 잠적하는 수법을 쓴다. 기존 투자자가 데려온 사람이 투자하는 금액의 일정 비율을 추가로 보상한다는 점에서 다단계 판매 방식과 비슷하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사기방지연구회 부회장)는 “이들의 암호화폐는 상장 여부를 보장할 수 없어 자칫 휴짓조각이 될 수 있고, 설사 상장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그 가치가 당초 약속했던 것보다 터무니없이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코인 사기 피해가 늘면서 금융당국과 수사기관도 분주해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코인거래소로 위장해 다단계 코인 판매를 한 C사 임원진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업체는 빗썸 등 일반 암호화폐거래소와 비슷한 형태의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불법 다단계 사기를 벌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018년에는 암호화폐 발행업체 코인업이 “2~3개월만 투자하면 200% 수익을 보장한다”며 다단계식으로 수천 명의 투자자를 끌어모아 4500억원대 투자 사기를 벌인 바 있다.
최다은/최한종/최예린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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