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1993년 D램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이래 29년간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 메모리(D램·낸드) 1위를 지켰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점유율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2016년 삼성전자의 연간 D램 점유율은 48%였으나 5년간 계속 감소해 지난해 43.1%로 떨어졌다. 이미 지난해 4분기에는 42.1%(트렌드포스 집계) 수준까지 내려갔다.
낸드도 형편은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낸드 점유율은 2017년 40%를 넘겼지만 이후 계속 떨어져 작년 4분기에는 33.4%까지 감소했다. 더군다나 지난해 11월 미국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176단 이상 3차원(3D) 7세대 적층(V) 낸드를 세계 최초로 출시한다고 밝혀 기술 초격차에도 금이 갔다. 삼성전자는 현재 6세대 V낸드를 주력으로 만든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7세대 낸드 상용화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간 삼성전자가 `쳐다보지도 않았던` 해외 메모리 경쟁사들의 기술 향상이 빠르게 이뤄지며 삼성전자의 기술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동급의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D램을 양산하고 있고,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활용한 10나노 초반대 차세대 D램 개발에도 몰두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에는 EUV D램을 생산한다는 목표다.
여기에 마이크론은 낸드 시장 2위(점유율 약 19%)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론이 실제 인수에 성공하면 단숨에 삼성전자와 맞먹는 낸드 시장 강자가 된다.
마이크론뿐 아니라 대만 난야도 EUV D램 개발에 속도를 내며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중국 역시 메모리 국산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정권은 주요 메모리 기업을 국유화해 국가 차원에서 메모리 개발에 동력을 보태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첨단 반도체 공정 개발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점을 고려하면 절대적 기술 격차는 계속 좁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 SK하이닉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확고한 지원 아래 작년 10월 인텔의 낸드 사업을 10조3000억원에 인수하며 단숨에 낸드 시장 2위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는 경기도 이천에 준공한 M16 라인을 주축으로 EUV D램과 이미 개발을 완료한 7세대 3D 낸드 양산 안정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에 비해 이재용 부회장과 핵심 경영진이 2016년 말부터 수사와 재판, 수감을 거듭해온 삼성전자는 차량용 전자장비 기업 하만인터내셔널(2016년 9월) 이후 이렇다 할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중견 반도체 기업의 한 임원은 "ASML이 독점 생산하는 EUV 장비는 연간 생산량 중 절반을 TSMC가 입도선매했다"며 "이 부회장은 지난해 ASML 본사로 직접 날아가 EUV 장비 공급에 공들였지만 올해와 내년에는 그가 움직이지 못한 만큼 삼성전자의 안정적 장비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 중에서도 미래 신사업으로 각광받는 AI 반도체 역시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의 기술 향상이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면 글로벌 대기업 수준의 AI반도체 역량을 보여주는 기업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차세대 반도체 소재 경쟁에서도 국내 기업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미 독일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은 탄화규소·질화칼륨 소재로 만든 반도체 솔루션을 2018년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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