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SMIC는 화웨이에 반도체 칩을 공급하며 협력 관계를 강화해왔기 때문에 `화웨이 고사 작전` 2탄 성격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 분야 생태계가 불안정해지면 글로벌 가치사슬망에 균열이 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에 나온 조치는 SMIC를 화웨이처럼 보다 직접적으로 제재하는 방법이다. SMIC를 제재하면 이 회사에 반도체 칩 제조 장비를 공급하는 미국 업체인 램 리서치와 KLA,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중국 반도체 산업의 싹을 자르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SMIC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처럼 7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을 도입하기 위해 도전장을 냈다. 내년 말 7나노 공정을 도입하기 위해 여러 준비를 해왔다. SMIC에 미국과 유럽의 혁신 반도체 설비가 공급되지 못한다면 화웨이 같은 회사가 아무리 설계를 잘해도 SMIC가 해당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초미세공정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게 된다.
미국 정부는 이미 화웨이를 고사시키기 위해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과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 간 거래를 막은 바 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이미 7나노 분야에서 대규모 생산능력을 가진 삼성전자는 수혜를 볼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올해 4분기부터 중국 우시공장에서 파운드리 라인을 본격 가동하면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 업계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공급망 변화를 종합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미국의 제재를 통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힘을 잃으면 한국과 반도체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도 대중 압박을 기회로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대규모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의회가 반도체의 국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신규로 총 250억달러 규모 보조금 투입을 추진 중이라고 닛케이가 27일 보도했다.
미국 의회는 인텔 등 자국 반도체 업계의 개발·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같이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초당파 상하 양원 일원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닛케이는 연방정부가 반도체 기업, 연구시설에 1건당 보조금으로 최대 30억달러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MIC는 올해 2분기 기준 TSMC(대만), 삼성전자(한국), 글로벌파운드리(미국), UMC(대만)에 이어 세계 5위 파운드리 업체다. 지난해에는 매출 31억1567만달러(약 3조7400억원)를 올렸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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