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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가방이 28만원…美 상장 앞둔 쿠팡 '짝퉁' 리스크 - 조선비즈

입력 2021.02.09 11:33

수백만원짜리 일본 골프채는 65만원
쿠팡은 통신판매중개자...법적 책임 없어

美는 통신판매중개자도 엄격히 규제
나스닥 상장 앞둔 쿠팡, 美 정통한 변호사를 대표로 영입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 가방이 28만원, 루이비통 가방은 19만8000원.

지난 8일 새벽 2시, 국내 1위 이커머스 기업 쿠팡에서 판매되고 있는 명품들이다. 샤넬 가방은 순식간에 일시품절됐다. 수백만원짜리 일본 마루망 마제스티 골프채는 65만원에 팔렸다. 마제스티코리아 측은 "현재 우리가 쿠팡에 공식 판매하는 골프채는 없다"며 "가품 문의가 종종 들어오는데, 시리얼 번호가 있으면 정품이지만 시리얼 번호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정다운
해당 가품들은 쿠팡과 거래를 맺은 온라인 사업자들이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하는 상품들이다. 쿠팡의 사업구조는 로켓배송을 통한 직매입(99%)과 오픈마켓(1%)이 있다.

직매입은 쿠팡이 업체로부터 직접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사오는, 즉 사입(仕入)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쿠팡의 법적 지위는 ‘통신판매업자’로 모든 법적 문제와 손해배상을 쿠팡이 직접 책임지는 구조다.

◇ 오픈마켓서 쿠팡은 ‘중개업자’...현행법상 가품 판매 책임 없어

반면 오픈마켓 사업에선 쿠팡의 법적 지위가 달라진다. 쿠팡은 ‘통신판매중개자’로 업체와 소비자를 연결만 할 뿐, 법적 책임은 판매업체가 지는 구조다. 쿠팡은 중간에서 수수료만 떼간다.

현행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은 전자상거래사업자 또는 통신판매업자가 ‘거짓·과장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으로 소비자를 유인·거래하는 행위’ 등 가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통신판매중개자는 이런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다. 소비자가 쿠팡에서 가품을 구매하고 피해를 입었더라도 쿠팡에 손해배상, 환불 의무 등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해당 거래는 오픈마켓 거래로 쿠팡은 ‘통신판매중개자’이기 때문이다.

쿠팡은 작년 11월에도 가품 롤렉스 시계 판매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은 쿠팡에서 명품 시계가 헐값에 판매된다며 판매 중단과 손해 배상을 요구했고, 쿠팡은 "근거 없는 모함"이라고 반박했다.

석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전자거래과장은 "자신이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고지한다면 면책 사유가 될 수 있다"면서도 "중개자라도 전자상거래법이 금지하는 행위를 판매자에게 강요한다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 美 "중개자라도 아마존이 책임져야"...가품·위조품 규제 강화

그러나 쿠팡이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미국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은 작년 1월 중국과의 무역합의문에서 지식재산권 위반 상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가품이나 위조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제4지방 항소법원은 작년 8월 아마존에서 구입한 PC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해 3도 화상을 입었다며 소비자가 낸 소송에서 ‘외부 판매자’(third-party seller)의 제품이라도 아마존이 책임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아마존은 통상 외부 판매자를 통해서 물건을 소비자에게 중개하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통신판매중개자’에 해당한다. 아마존은 그동안 ‘외부 판매자의 상품 공급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논리로 배상 책임을 피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아마존이 제품을 보관·수송하고 수수료를 요구하는 등 제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의 역할을 소매업자·유통업자 등 무엇이라고 부르든 아마존에서 판매된 제품에 결함이 있으면 아마존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법원은 1990년대 법인 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 230조가 자신의 사이트에 올린 콘텐츠에 대해 온라인 플랫폼이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아마존이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미국 경제 매체 CNBC 등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변호사는 "미국도 플랫폼 사업자에게 책임을 크게 묻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반성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특히 소비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조물 책임 소송은 진보적인 성향의 배심원이 많은 캘리포니아 법원이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판결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쿠팡이 작년 10월 강한승(53·사법연수원 23기·사진) 변호사를 대표이사로 영입한 것도 이같은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대 법대를 나온 그는 서울지법·청주지법을 거쳐 2002~2003년 미국 컬럼비아 로스쿨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이후 엘리트 판사들만 간다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을 거쳐 2008~2010년 주미대사관 사법협력관을 지냈다. 그는 돌아온 뒤 ‘미국 법원을 말하다’라는 책을 썼다. 미국 사법 체계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 대표는 자신의 저서에 "어느 나라나 재판을 하면 제도의 오류나 인간의 실수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이것이 한때의 호들갑으로 끝나면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언발에 오줌 누기식 미봉책이 아닌 진정한 해결책이 만들어 지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기다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지석 법무법인 남강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중개)플랫폼에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라면서도 "비슷한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데 취해야 할 의무를 게을리 한다면 소비자들이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쿠팡은 100여명의 전담 조직이 24시간 가품을 모니터링하며 가품이 발견될 경우 판매를 중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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