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중국 창업 부자] 전기도 없던 산골 출신, 매일 3억명 보는 영상 제국 만들다 - 조선비즈

입력 2021.02.12 09:05 | 수정 2021.02.12 10:27

중국 영상 공유 플랫폼 콰이서우(快手·영문명 Kuaishou)가 5일 홍콩 증시에 상장하며 중국 창업계에 밀레니얼 억만장자들이 추가됐다. 콰이서우는 더 늦게 등장한 바이트댄스의 더우인(抖音·국제 버전은 틱톡)에 밀려 줄곧 2위에 머물고 있지만, 먼저 기업공개(IPO)를 완수했다.

매일 3억 명이 넘는 중국인이 콰이서우 앱으로 영상을 보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한다. 공동 창업자 쑤화(宿華·38) 최고경영자(CEO)와 청이샤오(程一笑·37) 최고제품책임자(CPO)는 2000년대 중국 테크 붐에 제대로 올라탔다는 평가를 받는다.

콰이서우 운영사인 콰이서우커지는 5일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해 412억8000만 홍콩달러(약 5조9000억 원)를 조달했다. 미국 차량 호출 서비스 회사 우버가 2019년 5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81억 달러(약 9조 원)를 조달한 이후, 세계 인터넷 기업 IPO 중 가장 큰 규모다. 주식시장 데뷔날 주가는 공모가(115홍콩달러)보다 160% 오른 300홍콩달러로 마감했다.

11일 종가(398홍콩달러) 기준 콰이서우 시가총액은 1조6552억 홍콩달러(약 236조 원)로, 홍콩 거래소 상장사 중 마이크로소프트·텐센트·알리바바그룹·메이퇀·인텔에 이어 6위에 올랐다.

중국 영상 공유 플랫폼 콰이서우(快手). /김남희 특파원
◇ 열혈 공학도들, 매일 3억 명이 보는 영상 플랫폼을 만들다

콰이서우는 짧은 영상을 찍어 올리는 모바일 앱이다. ‘빠른 손’이란 회사 이름답게 사용자는 스마트폰으로 짧은 비디오를 찍어 콰이서우 앱에 바로 공유할 수 있다. 콰이서우는 중국 영상 플랫폼 중 틱톡의 중국 버전인 더우인 다음으로 사용자가 많다. 홍콩증권거래소에 제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콰이서우 월간 실사용자 수는 7억6900만 명, 일간 실사용자 수는 3억600만 명이다. 중국인 5명 중 1명은 매일 콰이서우 앱을 열고 영상을 보는 셈이다. 지난해 8월 기준 더우인 일간 실사용자 수는 6억 명으로, 콰이서우의 두 배에 달한다.

콰이서우는 컴퓨터 엔지니어인 쑤화 CEO와 청이샤오 CPO가 공동 창업한 회사다. 청이샤오가 2011년 GIF(움직이는 사진 파일)를 제작·공유하는 앱을 개발하며 콰이서우의 전신을 만들었다. 청이샤오는 중국 북동부 랴오닝성 선양 동북대에서 2007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학사 학위를 받은 후 휼렛패커드(HP·2007~2009)와 중국 소셜미디어 회사 런런(2009~2011)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다. 2011년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의 기술 창업 열풍 속에 창업에 뛰어들었다.

콰이서우 공동 창업자인 쑤화(왼쪽) 최고경영자와 청이샤오 최고제품책임자. /콰이서우
당시 미국에선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가 이미 대유행 중이었다. GIF 공유 서비스만으로 인터넷 업계의 주류로 성장하기는 역부족이었다. 2013년 쑤화가 청이샤오의 회사에 들어가면서 콰이서우는 영상 플랫폼으로 대대적 변신을 했다.

쑤화는 중국 남부 후난성의 소수민족인 투자족 출신으로, 전기도 안 들어오는 산골 마을에서 자랐다. 그가 콰이서우 창업기를 다룬 책에서 "어렸을 적 손전등에 의지해 살았는데, 건전지가 너무 비싸서 자주 켜지도 못했다"고 할 정도로 생활 환경이 열악했다. 쑤화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다. 베이징 칭화대에 입학해 2005년 컴퓨터 소프트웨어 학사 학위를 받았다. "프로그래밍은 사람의 생각과 영감을 표현하는 가장 멋진 방법이다"라고 말하는 열혈 공학도였다. 구글 차이나(2006~2008)와 바이두(2010~2011)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쑤화는 2008년 영상 광고 회사를 창업하기도 했으나, 세계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바로 사업을 접어야 했다.

중국 베이징의 콰이서우 본사. /차이신
청이샤오와 쑤화는 2011년 투자자를 통해 처음 만났다. 2013년 쑤화가 합류한 후 콰이서우는 영상 공유 서비스로 전환했다. 두 사람은 "일반인이 일상을 영상으로 찍어 올릴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쑤화가 회사 경영을 총괄하는 CEO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청이샤오가 제품 개발과 신규 사업 발굴을 담당하는 CPO를 맡았다. 청이샤오는 쑤화에게 더 많은 지분을 줬다. 중국 테크 업계에선 이례적인 지분 구조란 평이 나온다.

홍콩증권거래소 투자설명서와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쑤화가 보유한 지분율은 약 14%다. 11일 종가 기준, 쑤화의 지분 가치 평가액은 219억 달러(약 24조 원)에 달한다. 쑤화가 구글에 근무할 당시 그의 연봉은 15만 위안(약 2500만 원)이었다.

청이샤오의 지분율은 약 10%로, 그의 지분 가치 평가액은 174억 달러(약 19조 원) 수준이다. 콰이서우의 최대주주인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약 17.8%)와 모닝사이드차이나TMT펀드, DCM벤처스, 바이두, 세쿼이아캐피털 등 주요 투자사도 지분 이익이 급증했다.

콰이서우 공동 창업자인 쑤화 최고경영자. /콰이서우
◇ "걱정 때문에 잠도 못 잔다"…수익화 과제

공동 창업자 두 사람은 219년 6월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현재 회사 모습이 불만족스럽고 걱정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잔다고 토로했다. 두 사람은 "성장 과정에서 우리의 힘이 빠지고 반응이 느려졌으며, 사용자와의 교감도 약해졌다"며 "우리는 더는 가장 빠른 팀이 아니며 느려 터진 팀이 됐다"고 했다.

콰이서우 사용자와 매출은 계속 늘고 있지만, 아직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1~9월 콰이서우 매출은 407억 위안(약 7조 원)으로, 219년 같은 기간 대비 50% 증가했다. 다른 인터넷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이 사용자를 늘리는 기회가 됐다. 2019년 연매출(391억 위안·약 6조6000억 원)은 한국 인터넷 기업 네이버의 2019년 매출(6조5934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해 1~11월 콰이서우는 94억 위안 손실을 기록했다.

쑤화 CEO는 투자설명서에서 "수익성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거대한 사용자를 기반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수익화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중국 베이징 버스 정류장의 전광판에 대만 가수 주걸륜이 모델인 콰이서우 광고가 나오고 있다. /김남희 특파원
콰이서우의 핵심 매출원은 2016년 시작한 라이브스트리밍(온라인 생방송)이다. 시청자는 앱에서 가상 아이템을 구매한 후 라이브스트리밍 진행자에게 선물한다. 회사는 수수료를 받아 돈을 번다. 지난해 상반기 라이브스트리밍 매출은 173억 위안(약 3조 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68% 비중을 차지했다. 라이브스트리밍 이커머스도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방송 진행자가 생방송을 하며 제품을 판매하고 콰이서우는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광고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마케팅 서비스도 지난해 상반기 매출 비중이 28.3%에 달했다. 마진이 높은 온라인 게임으로도 영역을 확장 중이다.

영상 공유와 라이브스트리밍 분야의 경쟁은 치열하다. 더우인과 콰이서우의 양강 구도 속에 콰이서우의 주요 투자자인 텐센트도 소셜미디어 위챗 안에 영상 공유 기능을 추가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콰이서우가 2월 5일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콰이서우
콰이서우는 그동안 대도시보다는 중국 중소도시나 시골 지역 사용자를 겨냥했다. 청이샤오는 2018년 한 강연에서 "콰이서우는 보통 사람이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고 일상을 기록할 수 있는 플랫폼이지, 스타나 유명인을 위한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엔 대만 가수 주걸륜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왕훙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사용자층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의 라이브스트리밍 규제 강화는 콰이서우의 수익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각 플랫폼에 일반 사용자의 아이템 구매액 한도를 정하도록 지시해 사용자가 과도한 지출을 할 수 없게 했다. 미성년자는 가상 아이템을 구매할 수 없으며, 진행자와 가상 아이템을 주는 사람 모두 실명을 등록하도록 했다.

Let's block ads! (Why?)

소스 뉴스 및 더 읽기 ( [중국 창업 부자] 전기도 없던 산골 출신, 매일 3억명 보는 영상 제국 만들다 - 조선비즈 )
https://ift.tt/3p9r3Zb
비즈니스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중국 창업 부자] 전기도 없던 산골 출신, 매일 3억명 보는 영상 제국 만들다 - 조선비즈"

Post a Comment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