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물류의 수급 불균형이 극에 달하면서 해운 운임이 사상 최고치를 매주 경신하고 있다. 정부와 해운사 등이 물류난 극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현장에선 단기간 급증한 물동량을 소화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해운사와 주로 단기 계약을 하는 중소 수출업체는 배를 구하기도 어렵고, 구한다 하더라도 급등한 운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1년 새 해상운임 컨테이너 4배, 벌크 7배 폭등
1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343.34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매주 금요일 발표되는 SCFI는 지난해 11월 이후 매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코로나19 초기였던 작년 4월(851.58)과 비교하면 1년여 만에 4배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컨테이너선뿐이 아니다. 철광석, 곡물 등 원자재를 주로 실어 나르는 벌크선 운임 증가폭은 더 크다. 영국 런던 발틱해운거래소가 발표하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11일 3,254를 기록, 1년 전(474)보다 7배나 폭등했다.
이처럼 운임이 폭등하면서 해운사 실적은 역대 최대를 달리고 있다. HMM은 올해 1분기에만 1조193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작년 연간 영업이익(9,807억 원)을 벌써 뛰어넘었다. SM상선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 "배 구해도 비싼 운임 막막"
하지만 중소 수출기업의 시름은 반대로 깊어지고 있다. 대기업은 선사와 약정된 운임으로 장기계약을 체결하지만, 단기계약 중심인 중소기업은 운임 상승분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지금 배를 예약하면 한 달 뒤에나 물건을 실을 수 있다"며 "운임이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어 한 달 뒤에는 물류비가 얼마나 많이 나올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하소연했다.
물류비를 제품가격에 반영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격경쟁력 약화 우려와 납기 지연으로 인한 협상력 저하로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결국 상승한 물류비의 상당 부분은 수출기업이 떠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정부도 선사 등과 함께 수출입물류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나섰다. 기존에 발주한 초대형 선박 20척을 다음 달까지 모두 인도받는 HMM은 선복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1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2척의 추가 발주를 준비하고 있다. HMM이 20척을 인도받아도 총 선복량이 95만TEU에 그쳐, 한진해운 파산 전인 105만TEU 규모에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단기 대책과 함께, 중소기업 물류비를 절감할 다각적 방안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 신규 선박 발주가 늘었지만, 노후 선박 대체 수요도 상당해 급격한 선복량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해상운임이 높은 수준에서 고착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소 화주는 단기적으로 물류 아웃소싱, 공동물류 활용, 통관 수수료 협상 등 외부 도움을 적극 활용하고, 장기적으로는 물류 프로세스의 디지털 전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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