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에 원재료 가격 뛰고
中은 내수확보 위해 수출금지
봉강 가격 5개월새 50% 급등
건설사들 "공기 연장 불가피"
지난 15일 경기 과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철근 작업을 하고 있다. 올 들어 철근 공급 차질로 공사가 중단되는 건설현장이 속출하고 있다. 이곳은 대형 건설사가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제품을 미리 확보, 철근대란을 피하고 있지만 중소 건설사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허문찬 기자
건축 공사를 위한 핵심 자재인 철근이 극심한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전국 건설 현장에 초비상이 걸렸다. 필요한 철근을 제때 구하지 못해 공사가 곳곳에서 중단되는 등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근 가격의 기준이 되는 SD400 제품의 t당 유통가격은 지난 14일 97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60만원대 후반에 머물던 철근 가격은 올 들어 50% 가까이 급등했다. 철근 가격이 t당 90만원을 넘어선 건 2008년 5월 이후 13년 만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아파트 분양 증가 등 건설경기 회복으로 급증한 철근 수요를 공급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철근 원재료인 철스크랩(고철) 가격이 전년 대비 두 배 치솟은 것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중국이 내수 확보를 위해 철근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철근대란에 불을 붙였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철근 부족으로 전국 공사현장 수백 곳에서 공사 지연 사태가 발생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방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철근뿐 아니라 H형강, 목재, 시멘트까지 부족하다”며 “이로 인한 작업 중단과 공기 지연으로 준공이 늦어지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철근 사재기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대구·광주 지하철 공사 등 지방 공공사업의 차질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철근 공급이 한정된 상황이어서 철근대란이 올해 말까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올 들어 철근이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전국의 건설현장이 공사 중단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5일 경기 과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철근 재고를 점검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품귀현상 장기화 조짐에 "2008년 철근파동보다 심각할 것"
연간 120만t의 철근(봉강)을 생산하는 동국제강 인천공장은 올 들어 밤낮없이 모든 라인을 완전가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동국제강 영업팀엔 철근을 더 빨리 공급해달라는 유통상과 건설사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철근 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철근파동을 촉발한 것은 코로나19였다. 통상 국내에서 연간 생산되는 철근은 1000만t이 넘는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한국제강 등이 대표 생산업체다. 철근은 전기로에 철스크랩(고철)을 넣어 제조한다. 국내 최대 철강업체인 포스코는 고로가 주력이어서 철근을 생산하지 않는다.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원재료인 고철 가격이 급등하자 상승분은 고스란히 철근 가격에 반영됐다. 1년 전 t당 23만8000원이던 국내 고철가격은 이달 14일 두 배인 46만5000원까지 올랐다. 중국 정부가 이달부터 내수 확보를 위해 철근에 대한 수출환급세를 폐지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연간 100만t의 철근 중 60% 이상이 값싼 중국산이다. 하지만 수출환급세 폐지로 수입업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면서 중국산 철근의 가격마저 오르고, 공급도 줄어들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철근파동에 따른 피해는 민간보다 공공 건설현장에서 심각하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공사를 하고 있는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최근 철근을 확보하지 못해 공사가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 관급공사의 경우 조달청에 등록된 자재업체가 철근을 공급한다. 가격이 치솟자 자재업체들이 조달청보다 가격을 많이 쳐주는 민간 건설업체에 철근을 우선 공급하다 보니 공공공사가 먼저 영향을 받는다.
철근파동이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철근을 사재기하는 유통상도 적지 않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건설업계는 이번 철근파동이 2008년 건설현장을 강타한 철근대란을 넘어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4대강과 보금자리주택 건설이 동시에 이뤄진 데다 중국 수입물량마저 줄면서 국내 건설현장은 한동안 철근 품귀현상을 겪어야 했다.
강경민/하헌형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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