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사놓고 "매수" 추천… 개미 농락하는 리딩방, 제재는 느적느적 - 조선비즈

입력 2020.10.31 06:00

신고만 하면 불특정 다수에게 리딩 서비스 허용
시세조종도 실형받기 전까지는 규제 방법 없어

"○○는 매수하셔야해요. ○○매수, 매수. 밑에 만이천원 이하에서 내놨으면(매도주문을 냈으면) 매수하고 기다려요." (A주식투자 유튜브 방송 운영자)

코로나 사태 후 주식 투자자들이 늘면서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이 만든 주식 리딩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리딩방은 ‘리더’로 불리는 자칭 주식투자 전문가가 고수익을 미끼로 카카오톡 등 메신저 등에서 특정 종목 주식 등을 매도·매수 추천(리딩)해주는 서비스다. 유튜브 방송을 통해 리딩 서비스를 하는 곳도 많다.

유료회원 가입 유도와 허위･과장광고 등이 문제였지만 최근에는 미리 주식을 사놓은 후 리딩방을 통해 ‘매수’를 권해 시세조종을 꾀하는 곳도 있다. 리딩방의 추천에 따라 많은 투자자들이 매수주문을 하면 주가가 올라가는데 이 때 미리 사놨던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어가는 ‘작전’을 쓰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단속에 나섰지만 실제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부족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유사투자자문업체들이 리딩방으로 시세조종을 해도 등록 취소나 영업금지를 할 권한이 없다. 이러는 사이 투자자들을 상대로 불건전 행위를 하는 유사투자자문업체는 빠르게 늘고있다.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에 유사투자자문업자로 신고해 영업을 하고 있는 업체는 2018년말 1116곳에서 2019년말 1612곳으로 496건(44.4%)늘어났다. 올해 들어서는 10월까지 2092곳(29일 기준)까지 급증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상대로 시세조종 등을 하는 리딩방이 크게 늘고 있어 투자자들이 각별하게 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 유사투자자문업자는 1200여명의 회원을 둔 리딩방에서 총 138종목의 상장 주식을 호재성 정보가 있다며 매수하라고 권했다. 리딩방에서 매일 20건 이상의 매수 유혹 메시지를 배포했는데 알고보니 이 유사투자자문업자가 미리 매수해둔 종목들이었다.

문제는 이런 식의 시세조종을 해도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거래소가 유사투자자문업자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자 제도는 1997년 도입돼 금감원에 신고만 하면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 조언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시세조종을 해도 이런 투자자문행위를 못하도록 신고사항을 말소(영업 금지)시킬 수는 없다. 신고 말소를 할 수 있는 경우를 법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위가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신고를 취소하고 영업을 금지하기 위해선 업체가 명칭 또는 소재지, 대표를 변경하고 금융위에 신고하지 않거나 금융위가 영업내용과 업무방법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을 때 거부해 과태료를 3회 이상 받은 경우에 한한다.

이 때문에 거래소는 현재 2곳의 유사투자자문업체가 시세조종 등을 한 혐의를 포착하고 이를 분석하고 있지만 이 곳이 운영하는 리딩방을 폐쇄하지 못하고 있다. 혐의 분석이 끝나면 금감원에 이 업체들을 통보할 계획이다. 금감원도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제재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식 시세조종만으로는 유사투자자문업체의 신고등록을 말소할 수 없게 해놔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검찰에 이런 업체들을 통보하는 일뿐"이라고 했다.

시세조종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짧은 시간안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여서 금융당국이 혐의를 포착하면 바로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돈을 벌고싶다는 심리, 소위 대박 환상에 빠져있는 투자자들이 리딩방의 달콤한 유혹에 걸려 돈만 날리는 경우가 많다"며 "금융당국이 이런 업체들의 행위를 알고도 계속 영업을 하도록 시간을 질질 끌면 피해자가 계속 생기니 법이나 규정을 바꿔서라도 빠르게 단속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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