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는 집을 사면 반드시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주택담보대출 조건이 그렇다.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입주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조씨는 "불확실성이 있으니 선뜻 계약하기 두렵다. 홍남기 부총리가 판 집도 그러지 않았는가"라고 했다.
정부가 전세 낀 집을 매매하는 경우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매매계약서에 명시하는 보완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세입자의 변심에 따른 임대차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분쟁을 완전히 없앨 수 있을지에 의문 부호를 찍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달 28일 지자체와 공인중개사협회에 사전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조만간 입법예고를 내고 12월 중 시행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경기도 의왕 아파트를 실거주하려는 사람에게 팔았지만, 기존 세입자가 나가겠다는 약속을 번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홍남기 부총리 집 매매 문제 때문에 개정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을 ‘홍남기 방지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번 보완책은 지난 8월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3법 시행 전후로 부작용이 속출한 데 따라 마련됐다. 시장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이 생긴 세입자가 퇴거 조건으로 이른바 ‘위로금' 명목의 돈을 수천만원씩 요구하는 사례가 등장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는 중이다. 결국 대출금이 회수되는 문제, 거주할 곳이 없어지는 문제 등이 떠오르면서 제도적으로 이를 보장할 필요가 생긴 셈이다.
실제로 임대차3법 시행 후 임대차 분쟁 사례는 급증하고 있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서울중앙지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임대차 관련 상담 건수는 총 335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임대차3법 시행 전인 6월(131건)의 약 2.6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의 월평균 상담은 136건 수준이었다.
보완책이 나온다는 소식에도 부동산 시장에서는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어느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미리 서명하겠느냐는 의문이 있다. 본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선택지를 다양하게 남겨두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이다.
여기에 위로금과 비슷한 이른바 ‘도장값’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는가 하면, 세입자가 마음을 바꾼 경우 결국 새 매수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문제가 거론되기도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계약갱신을 미리 명시하면) 전세는 갈수록 줄고 거주이전 비용이 더 발생해 피해는 서민에게로 갈 것" "세입자가 제2의 집주인이냐" 등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보완책이 임대차3법으로 인한 임대차 분쟁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이 나온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입자가 계약 갱신 여부를 계약서에 명시하고도 변심할 경우 계약조건 위반으로 법적 조치를 할 수 있게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면서 "다만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세입자가 퇴거하지 않고 버티는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집주인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전세 낀 집을 매매계약할 때 기존 임차인은 본 계약과 관련 없는 제삼자"라면서 "인감이 찍힌 포기각서 같은 정식 문서 없이 중개대상 확인 설명서에만 표기할 경우 집주인과 세입자, 매수자와 기존 세입자 간 또 다른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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