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공매도 규제 윤곽… 적발 시스템 구축보단 처벌 강화로 - 조선비즈

입력 2020.11.14 08:00

금융위원회가 내년 3월 공매도 재개에 앞서 현재 불법으로 분류되는 무차입 공매도의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보완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다만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할 구체적인 시스템 구축에 대해선 제자리걸음인 상황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무차입 공매도를 효과적으로 방지하는 차원에서 과태료 부과 조항을 삭제하고 형벌과 과징금 조항을 신설해서 처벌을 강화할 방침이다. 1년 이상 징역 또는 부당 이득액의 3~5배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실현 가능한 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미리 내다 파는 투자 기법이다. 주식을 먼저 빌린 뒤에 공매도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빌리지 않고(무차입) 하는 공매도는 현행법상 금지된다. 무차입 공매도는 결제 불이행으로 이어지거나 투기에 활용될 위험이 크고 과도한 주가 하락을 일으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올 초 코로나 사태로 주가가 급락하자 내년 3월 15일까지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중단한 상황이다. 공매도 금지 기간은 지난 9월 15일까지였지만 6개월 더 연장됐다. 금융위는 거래 재개 시점까지 무차입 공매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약속했다.

금융위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 조항을 강화할 방침이지만 이를 적발하는 시스템 개발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8년 10월 15일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주식잔고 매매·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금융위 내부에선 현실성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은 실시간 모니터링 방식이 논의됐다. 코스콤이 전산 개발을 맡고, 예탁결제원이 기관과 외국인에게 고유 아이디(ID)를 지급하고, 거래소가 매매체결정보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이 유력했다. 이를 위해 기관과 외국인의 잔고 정보를 동의없이 제공받을 수 있도록 금융실명법과 신용정보법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년 동안 시스템 구축을 논의한 끝에 최근에야 오류 가능성 때문에 개발 불가능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주식을 사전에 차입하지 않아도 합법적으로 거래가 가능한 종류가 10가지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거래 시점보다 이틀 뒤에 유상증자나 배당 주식을 받는 경우 사전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 이 경우 합법적인 거래인데 무차입 공매도로 인식해서 거래를 제지하면 문제가 생긴다.

금융위는 국회 법안 심사 대응을 위해 만든 ‘공매도 관련 참고자료’를 통해 "공매도 해당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계좌잔고, 대차 정보, 계좌 미표시 매도권한 발생 정보, 결제 이전 매수·매도 주문량 등을 모두 알아야 한다"면서 "이는 매도자 본인 외에 파악이 어려워 제3자가 사전에 공매도인지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한 증권사 관계자도 "무차입 공매도로 오인되는 거래에 모두 경고를 내린다면 거래가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도 거래 시점 이틀 뒤인 결제 체결일에 순보유잔고를 토대로 무차입 공매도를 판단하는 체계는 마련돼 있다"면서 "만약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지 못한다면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하는 집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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