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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한국 배터리 분쟁서 빠져라" LG화학 임원 미 WSJ에 독자투고..."트럼프 당선되면 어쩌려고" - 조선비즈

입력 2020.11.03 11:37 | 수정 2020.11.03 11:54

[비즈톡톡]

최근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는 ‘트럼프는 한국 분쟁에서 빠져야 한다(Trump Should Stay Out of Korean Dispute)’라는 제목의 독자 기고문이 실렸습니다. 독자 기고문은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 LG화학의 한 임원이 쓴 것인데요.

해당 임원은 오는 12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패소 판결을 내리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대통령이 ITC 판결을 뒤집을 경우 미국 법을 위반하고 경쟁사의 영업비밀을 훔치는 기업의 편의를 봐주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길 것"이라며 "트럼프가 구제해서는 안되는 종류의 기업"이라고 피력했습니다.

앞서 WSJ의 한 칼럼니스트가 쓴 칼럼에 대해 LG화학 임원이 반박하는 내용의 독자투고를 내면서 양사의 장외 공방전이 미국까지 번지는 양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까지 거론한 LG화학 임원의 글은 미 대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 게재됐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미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준공 현장 / SK이노베이션 제공
WSJ은 지난 13일 ‘비즈니스는 선거를 위해 멈추지 않는다(Business Doesn’t Stop for the Election)’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몇몇 기업의 사례를 다뤘습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이 그 중 하나입니다.

홀만 젠킨스 WSJ 칼럼니스트는 "다가올 대선에서 ‘두 거대 한국 배터리 기업간 특허분쟁’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사이드쇼(sideshow)를 눈여겨보라"면서 "과소평가된 이 분쟁이 트럼프가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조지아주(州)에서 와일드카드가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미 조지아주에 약 3조원을 투입해 2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배터리 부품·소재를 미국에 들여올 수 없게 됩니다. 조지아 배터리 공장 가동도 사실상 어려워집니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받아 이웃주인 테네시와 미시간에서 각각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한 포드와 폴크스바겐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에 WSJ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일자리를 위태롭게 하는 가혹한 결정을 무효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면서 만약 ITC가 오는 12월 최종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패소판결을 내릴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개입하기 전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합의하는 게 낫겠다는 취지로 칼럼을 마무리했습니다.

독자 의견은 누구나 자유롭게 낼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LG화학 임원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WSJ 칼럼니스트는 트럼프의 공격적인 성향과 그간의 행동을 토대로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지를 분석했을 뿐인데, 굳이 LG화학 임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까지 언급하면서 WSJ 칼럼에 반박하는 내용의 기고문을 낸 것 자체가 과민반응이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승소를 자신하던 LG화학이 초조해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국 소송 경험이 많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과거 다뤄온 일반적인 ITC 소송과 달리 이번에는 트럼프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어 결과가 기대와는 달라질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러다가 만일 트럼프가 재선되면 소송 결과가 LG화학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WSJ도 최종판결을 두 차례나 미룬 ITC에 대해 ‘마땅히 모호하게 군다(deservedly obscure)’고 표현, ITC도 양사가 최종판결 전에 합의하길 바라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소송에만 충실하겠다"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도 여론전을 벌이면서 사업 외적인 부분에 자원과 에너지를 지나치게 할애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이 과정에서 소송을 담당하는 미국 로펌과 대선의 결과를 가를 경합주를 기반으로 양사의 편을 들어주는 정치인과 로비스트만 거액을 챙겨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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