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안정기에도 정책내놔 들쑤셔
2·4대책, 정부가 나서서 개발…개발은 가격상승 동반
'규제완화' 지름길 놔두고…결국 집값 올리는 대책들
서울 여의도 아파트 단지들 전경. / 자료=뉴스1
참여정부 때부터 시작해 정부에 가장 심하게 찍힌 단지는 대치동의 은마아파트입니다. 한 일간지에서 은마아파트 1147채의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577가구(50.3%)의 집주인들은 대출이 전혀 없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전체에서 58.3%는 10년 이상 은마아파트를 보유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과연 투기꾼은 다 어디에 있을까요.
투자냐 투기냐의 논쟁은 대부분 특정 목적을 가진 정치적 술사입니다.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이런 논쟁을 유도하거나 불러일으키는 사람과 집단을 의심해야 합니다. 현 정부가 집권한 2017년에는 역대급으로 강력하다는 8.2부동산대책이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강력한 대책이 당시 부동산 시장에 필요했을까요. 지난 30년간 강남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 상승률은 5%대였습니다. 2017년 들어 7월까지 강남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3%대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중이었습니다.
2017년 당시는 지난 30년 평균으로 보면 당시 강남은 아주 정상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정상적인 아파트시장에 역대급 부동산 대책은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그때부터 서울 아파트는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도 그 연장선상에서 아파트 가격은 오르는 중이고 떨어질 어떤 이유도 찾기 힘듭니다.
이런 논란은 굳이 먼 과거에서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2020년 상반기 서울 아파트 시장은 안정적이었습니다. KB국민은행에 의하면 매매가격 상승률은 2.61%에 그쳤습니다. 특히 강남구는 1.01%, 서초구는 0.80%로 서울 평균보다도 훨씬 낮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6·17, 7·10부동산대책에 이어 임대차2법이 시행된 8월 이후부터 시장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하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0.19% 상승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동안 잠잠하던 강남구입니다. 강남구의 매매가격 상승률은 8.3%로 수직 상승하게 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건 규제로 인해 거래 가능한 아파트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현 정부는 지금도 열심히 거래 가능한 아파트를 줄이는 중입니다. 주택수요도 줄었지만 공급이 더욱 줄어 가격이 오르는 겁니다. 아파트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지루한 심리 게임의 부산물일 따름입니다. 아파트 가격은 투기꾼도 아니고 주택사업자도 아닌 정부가 올리는 중이라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선거를 의식한다고 의심받는 포퓰리즘 정책이 집값 상승의 주범이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입니다. 아직 철도계획에 포함되지도 않은 GTX-D 노선 유치를 위해 수도권의 지자체장들이 신경전까지 벌이는 중인데 GTX 창릉역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리자 삼송과 원흥 쪽 30평대 아파트들의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호가는 12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모든 가격 상승은 국토교통부가 GTX-A 노선에 창릉역을 신설한다고 공식화한 결과입니다.
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 등 현 정부는 '공공'을 좋아합니다. 지난 2월4일 발표한 공급대책의 슬로건도 ‘공공이 주도하면 충분한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습니다’입니다. 공공의 개입 때문에 서울의 정비사업이 멈춰 궁극적으로 서울의 아파트가 부족한 상황에 대한 인식은 없는 듯합니다. 태릉골프장을 포함한 저번의 역대급 대책은 다 어디로 갔는지 다시 신출귀몰한 대책들이 나왔습니다. 도심공공 주택복합사업,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 주거재생 혁신지구 등 이젠 부동산 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도 외우기 힘들 정도입니다. 이로 인해 주변 땅값은 들썩일 가능성이 큽니다. 오죽하면 대책 발표 이후 매입한 주택의 경우 공급우선권을 주지 않겠다는 엄포까지 할 지경입니다.
공시가격 상승도 마찬가지입니다. 집값을 잡고 세금을 많이 부과하기 위한 수단이었겠지만 공시가격이 높아지면 순차적으로 주택가격 또한 상승하게 됩니다. 분양가상한제의 가격 결정 방식은 원가법인데 공시가격 상승으로 인해 토지가격이 올라가면 상한 분양가 또한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반포동의 한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조합이 요구한 금액보다도 상한 분양가가 더 올라 분양가상한제가 무용지물이 될 지경에 처했다고 합니다.
현재 정부에서 하는 모든 행위는 개발사업의 일종이라고 이해해야 합니다. 개발사업은 필히 주변의 땅이든 아파트든 가격을 올립니다.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규제하지 않았더라면 다소간의 과열(가격 상승)이 발생했어도 이제는 안정된 아파트 시장을 볼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름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참으로 다양한 우회로를 통해 착실하게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중입니다. 서울의 입주물량 부족과 함께 정부가 초래한 아파트 가격 상승분까지 합쳐진다면 올해도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건 기대난망일 겁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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