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쿠팡은 한국 증시 상장이 어렵다?
하지만 쌓인 ‘적자’가 한국 증시 상장의 걸림돌은 아니다. 2017년 1월부터 적자기업이어도 성장성이 있으면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테슬라 요건'이 생겼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카페24가 테슬라 요건에 따라 처음 상장됐다.
코스피의 경우 '테슬라 요건'은 없지만 이에 준하는 성장성 기준이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을 위한 요건은 경영성과와 성장성 두 가지다. 경영성과 요건은 최근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3년 평균 700억원) 이상이어야 하고, 최근 사업연도 세전 이익 30억원(3년 합계 60억원) 등을 충족해야 한다.
적자 규모가 큰 쿠팡은 경영성과 대신 성장성 요건을 택하면 된다. 2015년 11월 도입한 성장성 요건은 ‘미래 성장성’ 에 높은 점수를 주기 때문이다. 기준은 ‘시가총액 2000억원ㆍ매출액 1000억원’, ‘시가총액 6000억원ㆍ자기자본 2000억원’, '시가총액 2000억원·영업이익 50억원' 세 가지 중 하나만 충족하면 상장 문턱을 넘을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팜이 성장성 요건을 충족해 상장했다.
쿠팡 역시 지난해 매출(약 13조원)과 시가총액(기업가치 약 55조원)을 무기로 거뜬히 국내 증시에 입성할 수 있다. 신병철 한국거래소 상장부장은 “성장성 요건을 통하면 쿠팡 같은 회사는 얼마든지 상장할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 상장 문턱은 더 낮아진다. 금융위원회는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으면 시총만으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경로도 도입할 계획이다.
세간의 이야기와 달리 오히려 국내 증시보다 미국 증시 입성이 더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쿠팡이 도전장을 낸 NYSE는 나스닥보다는 상장 요건이 더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자는 “실질적인 상장 문턱은 미국이 더 높다”며 “뉴욕 상장을 꿈꾸는 기업들도 까다로운 상장 심사와 높은 비용에 도전하기도 전에 좌절하기 일쑤”라고 했다. 상장 이후에도 공시 의무 등 규정이 더 많고, 어길 경우에도 과태료 부과 등 제재 강도가 더 센 만큼 뉴욕 증시 상장이 더 힘들다는 것이다.
②차등의결권은 뉴욕 증시만 있나
하지만 차등의결권은 미국에만 있는 제도는 아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인도 등에서도 차등의결권을 허용한다. 2014년 알리바바가 홍콩 대신 뉴욕 증시를 택한 뒤 2018년 홍콩과 싱가포르에도 도입됐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차등의결권은 최근 3년간 동아시아로 확산했는데, 테크 기업의 미국행을 막고 자국에 유치하기 위한 대응책 측면이 강했다”고 말했다.
③까다로운 절차, 고비용에도 왜 미국행?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쿠팡의 기업가치가 500억 달러(약 55조1100억원)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대형 유통업체인 이마트 시가총액(4조9619억원)보다 11배 높은 몸값이다. ‘만년 ‘적자’라는 꼬리표보다 미래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준 결과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5배 안팎으로 뉴욕(25배)보다 저평가돼 있다”며 “쿠팡이 미국행을 선택한 데는 더 높은 몸값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NYSE 입성으로 글로벌 시장의 인정을 받으면서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다는 것도 뉴욕 증시로 직행한 이유로 풀이된다.
④금융당국 ‘규제’ 피한 우회 전략?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상장심사가 더 까다롭지만 한국에 상장되는 것보다 금융당국의 규제를 덜 받고 글로벌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영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쿠팡은 상장 신청서에 ‘규제’를 상장 리스크(위험) 중 하나로 꼽았다. 한국에서 사업하니 한국 법규의 적용을 받아 비용과 벌칙을 부과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학습효과'도 쿠팡의 미국행에 영향을 줬다는 시각도 있다.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뒀지만 금융당국의 권유 등으로 2016년 코스피 상장한 뒤 기업 가치 평가가 적정했는지에 대한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이며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염지현·황의영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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