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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값 23개월만에 최고…뜀박질 너무 빠르다 - 중앙일보 - 중앙일보

약 23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원화 값 상승세(환율은 하락)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첫 거래일인 5일 1163.4원이었던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11일 장중 한때 1109.3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전날보다 4.8원 내린 1114.8원에 마감했지만, 약 한 달 새 원화 값이 50원 이상이 오를 정도로 상승 속도가 빠르다.
 

달러당 1114.8원, 한달새 50원 뛰어
미 경기부양 기대에 ‘약달러’ 지속
내년 상반기 1080~1090원대 관측
수출 ‘환율 영향’ 과거보다 적지만
가파른 변동엔 중기들 적응 부담

시장에선 당분간 달러 약세,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리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달러 풀기’ 즉, 강도 높은 경기 부양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시장에 돈을 풀면 통화 가치가 떨어진다. 미국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줄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약화되고, 트럼프 대통령 때와 달리 예측 가능한 무역 질서 회복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도 달러 약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가파른 달러 약세... 1000원대로 가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가파른 달러 약세... 1000원대로 가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강재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달러 가치는 미국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가 확대되면 시차를 두고 약세를 보이다 적자가 줄면 강세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미 올해 경기부양책으로 적자가 많이 늘어난 데다 내년에도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추세적으로 달러는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속도는 다소 둔화할 전망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을 점할 가능성이 커서 향후 새로운 행정부의 시장 영향력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며 “백신의 빠른 보급은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경기 둔화 우려를 줄이고, 통화완화 강도를 낮춘다는 점에서 달러 강세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속도가 완만해질 수는 있겠지만 기조 자체는 유지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원·달러 환율은 1080~1090원대로 1000원대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점쳤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12개월 뒤(내년 11월) 원화가치가 달러당 1070원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제 수출 전선에 숨통이 트일까 기대했던 우리 수출 기업들은 원화 강세에 다시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데다, 같은 양을 수출해도 원화 환산 수익이 상대적으로 적어져서다. 기업 채산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원화 강세에 수출 물가는 대폭 하락.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원화 강세에 수출 물가는 대폭 하락.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런 환율 영향은 중소기업이 더 크게 받는다. 대기업은 환율 변동에 따르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환 헤지 기법을 동원하지만, 중소기업은 유동성 문제 때문에 최대한 빨리 원화로 바꿔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에 기업들은 달러 대신 유로화나 다른 통화 비중을 늘리고, 현지 부품 조달과 생산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증시에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환차익 기대감에 외국인의 순매수 매력이 커지며 지수를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성장동력인 수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은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 상승하면 총수출은 0.51% 감소한다.
 
일단 정부와 기업은 환율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한국 경제의 덩치가 커지면서 환율 변화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변수는 원화가치 상승의 ‘속도와 기간’이다. 예상보다 빠르게 환율이 변동하면 상대적으로 유연성이 떨어지는 중소·중견기업들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환율 효과는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며 “달러 약세가 예상보다 길어진다면 코로나19를 딛고 반등해야 할 내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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