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종이 ‘와시’가 장악한 글로벌 문화재 복원시장에 도전
와시, 유네스코 등재… 한지는 등재 안돼 국제 명성서 차이
전북 전주에 있는 성일한지 최성일(54) 대표는 "닥나무 재료를 쓰는 한지는 섬유 조직이 가로·세로 엇갈려 겹치기 때문에 치수 안정성(가공할 때 덜 줄어드는 비율)이 높은 것이 최대 강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표가 만든 한지 2종은 지난해 8월 이탈리아 국립 고문서·도서 병리 중앙연구소(ICPAL)에서 보존·복원용 종이로 인증을 받았다. ICPAL은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갖는 종이류 복원 기관으로 5개월의 심사를 거쳤다. 그림이나 문서 등 종이류 복원은 갈라지거나 찢어진 종이 뒤쪽에 한지를 조각내 이어붙인 뒤 앞쪽을 덧칠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이다.
한지는 와시가 장악한 문화재 복원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외국에서는 한지의 장점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품질을 알리기 위해 ICPAL에 인증을 요청했다. 그는 "한지 고유의 특성은 살리되 닥섬유가 뭉친다든지 하는 공정을 추가해 보완한 점이 주효했다"며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해외에 알릴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와시는 2014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됐지만, 한지는 가장 이른 2026년에 등재 후보가 되려면 태권도·한식 등 26건과 국내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떨어지면 2년마다 계속 준비해야 한다.
최 대표는 "우리나라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16건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을 갖고 있고 13건이 한지와 관련이 있는데, 한지가 유네스코에 등재되지 않은 건 아이러니"라며 "한지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게 서둘러 등재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고한 부친을 어릴 적부터 돕다가 자연스럽게 가업을 이었다. 2017년 전주시에서 지정한 4명의 한지장 가운데 1명으로 35년째 종이를 만든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장인정신과 숙련도를 인정받아 ‘백년소공인’으로 선정됐다. 공방은 부인, 여동생, 아들과 직원 1명 등 5명으로 단출하게 운영된다.
생산품은 대부분 인사동에 공급하고 일부는 일본, 프랑스, 호주, 대만에 수출한다. 최 대표는 "나고야, 도쿄에 연간 6000만~ 7000만원어치를 수출한다"며 "품질 만족도가 높지만 전통방식으로 하다 보니 해외 주문이 늘어도 물량을 소화하기 힘들다"고 했다. 5~ 10년 걸리는 숙련기간을 버틸 수제자를 찾기 힘들어 생산 물량을 늘리기 어렵다고 한다.
최 대표는 국내에서 한지를 접할 기회가 줄어드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서예학원도 거의 사라지고 손편지도 거의 쓰지 않으니 한지의 매력을 느끼기가 어려운 환경"이라며 "학교 서예시간에 한지에 훈민정음이라도 쓰게 한다면 어떨까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지가 세계화되려면 한지의 특성을 이해해달라고 요구해선 곤란하다"며 "한지 특유의 투박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은 유지하되 해외에서 나오는 개선 사항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수제자를 육성하고 오감이 기억하는 한지 제작 공정을 정리해 노하우를 책으로 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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