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정부의 ‘K반도체 전략’ 공개에 맞춰 과감한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R&D) 및 생산시설 확보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망 확보 경쟁은 민간기업을 넘어 ‘국가 대 국가’ 구도로 확전되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가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폭적 지원을 약속한 만큼 민간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투자 활동을 벌이겠다는 뜻이다.
국내 반도체 관련 기업(53개사)이 2030년까지 10년 동안 약속한 투자액은 총 510조 원에 이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세제 및 금융 혜택, 규제 개선 등을 담은 반도체 전략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한 도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관련기사
세계 최대 생산 공장으로 조성 중인 평택 3라인(P3)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처음으로 밝혔다. 클린룸 규모만 축구장 25개 크기로 조성되는 P3를 내년 하반기(7∼12월)까지 완공하기로 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현상 및 경쟁이 심화되면서 계획보다 약 6개월 앞당긴 것이다. 이 공장에서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초미세 5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 기반 시스템반도체 양산을 시작한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DS부문장)은 이날 “2015년 평택단지 기공부터 2030년까지 창출될 생산유발 효과는 550조 원 이상, 고용유발 효과는 130만 명 이상이 될 것”이리며 “(후발주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선제적 투자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 확대하기로 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글로벌 반도체 수급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증설 또는 M&A까지 고려해 현재 두 배 수준의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며 비메모리반도체 시장 주도권 확보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사업 비중이 98%에 달한다.
최근 SK하이닉스 각자대표이사에 취임한 박 부회장은 2012년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인수를 진두지휘한 데 이어 2017년 일본 키옥시아(당시 도시바메모리) 투자, 2020년 인텔 낸드사업 인수계약 등에 관여한 M&A 전문가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분야에 공격적인 M&A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행사에는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 네패스, 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 등 반도체 관련 중소·중견기업 및 스타트업들도 참석했다. 정칠희 네패스 회장은 이날 “네패스도 시설투자 및 고용 창출뿐 아니라 대학 인재 양성 지원, 산학협력 연구개발을 통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스타트업만이 할 수 있는 과감한 도전정신을 통해 명품이라 불릴 수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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