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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산업부가 보고 문구까지 정해놓고 탈원전 지시했다" - 중앙일보 - 중앙일보

산업통상자원부가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처음부터 한국수력원자력에 지시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 경영진은 반발하는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까지 준 정황도 드러났다.
경북 울진군 북면 신한울 원전 공사현장. 중앙포토

경북 울진군 북면 신한울 원전 공사현장. 중앙포토

24일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부가 한수원에 문구까지 정해주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과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내용을 담은 현황조사표 제출을 지시했다는 관계자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양 의원에 따르면 당시 한수원은 2017년 11월 7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전설비 현황조사표 작성을 위해 산업부와 사전 협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전환 로드맵 이행을 위해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과 월성 1호기 조기폐쇄가 불가피하다’는 구체적 보고 문구까지 정했다.
한수원 발전설비 현황조사표 문구.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한수원 발전설비 현황조사표 문구.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정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만들 때 발전 사업자에게 발전설비 현황조사표 받아 이를 근거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 자료는 발전 사업자가 자체 판단으로 작성해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산업부도 현황조사표는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만들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를 정면으로 뒤집는 증언이 새로 나온 것이다.
 
당시 한수원 이사였던 조성진 경성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독립적인 한수원 자산을 외부에서 마음대로 통제하려고 했다는 게 맞다면 이는 명백한 해사 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발 직원에 “자리보전 못 할 것”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운전이 영구정지된 '월성 1호기'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운전이 영구정지된 '월성 1호기'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한수원 고위층이 산업부와 문구까지 조율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자 당시 실무진은 반발했다. 양 의원에 따르면 당시 한수원 기술전략처 직원들은 “이사회 의결 없이 사업중단이나 조기폐쇄를 산업부에 보고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고위층 지시를 거부했다. 
 
내부 반발에 한수원은 두 차례 임원회의까지 거쳤다. 결국 신한울 3·4호기에 대해서는 기존보다 다소 순화한 2가지 문구를 추가해 3가지 안을 다시 만들어 산업부와 협의했다. 산업부는 이 중 ‘신한울 3·4호기 건설공사 중단 불가피’라는 문구 대신 ‘사업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이라는 대안을 최종선택했다. 월성 1호기는 원래 산업부와 조율한 문구와 큰 차이 없는 내용으로 현황조사표에 최종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반발하는 한수원 직원에게 한수원의 한 고위 실무임원은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자리보전 못 할 줄 알라”며 협박성 발언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당시 협박성 발언을 들은 A씨는 한 달간 보직 없이 일하다가 결국 지방본부로 발령 났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A씨는 한수원에서도 원자력 기술과 관련한 핵심 브레인으로 알려졌는데, 무보직으로 일하다가 지방으로 발령 나서 다들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수원 보고 근거로 탈원전

한수원이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과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내용이 담긴 현황조사표를 산업부에 제출한 이후 탈원전 정책은 순조롭게 진행했다.
 
우선 산업부는 한수원 현황조사표를 바탕으로 신한울 3·4호와 월성 1호기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했다. 사실상 두 원전에 사망선고를 내린 셈이다. 한수원은 2018년 8월 이사회를 열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월성 1호기가 빠졌다는 이유 등을 들어 조기폐쇄까지 의결했다.
 
산업부는 한수원 보고를 탈원전 정책 추진 근거로도 활용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신한울 3·4호 건설중단을 한수원과 협의했냐”는 질문에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은 “(한수원이 제출한) 의향조사표에는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돼 있었다”고 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의향조사표가 한수원이 2017년에 제출한 현황조사표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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