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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걷는車' 만든다...1조원 규모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협의중 - 조선비즈

입력 2020.11.10 09:57 | 수정 2020.11.10 11:12

현대자동차가 소프트뱅크와 미국 로봇 개발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는 방안을 협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웨어러블 로봇과, 로봇 다리로 걸어다니는 자동차 등을 선보였는데, 조종이 가능하고 험지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이같은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해석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스팟'./보스턴 다이내믹스

10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거래는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을 조건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최대 10억달러(약 1조135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아직 협상 단계로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변경될 수 있고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0년대 초반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내 대학 벤처로 설립돼 '보행 로봇'을 중점적으로 연구해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지금까지 선보인 로봇들은 균형 잡는 능력과 험지에서의 강력한 활동성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지형이 변화하거나 충격을 받았을 때에도 능동적으로 반응하며 균형을 잡고 걸어다닌다는 것이다.

개를 닮은 로봇 '스팟' 등 기발한 로봇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업화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13년 구글에 인수된 뒤 2017년에는 소프트뱅크에 팔리는 등 여러차례 매각된 바 있다.

현대차 웨어러블 로봇 '벡스'./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논의하는 것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포석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자동차 제조사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미래에 자동차 50%·개인용 비행체(PAV) 30%·로봇 20%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했었다.

현대차가 로봇 사업을 본격화한 것은 2018년경 부터다. 근로자가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있도록 돕는 외골격 형태의 웨어러블 로봇을 공개한데 이어, 2019년에는 생산라인에서 위를 보고 장시간 일하는 근로자를 보조하는 조끼형 웨어러블 로봇 '벡스'를 선보였다. 현대차가 지금까지 공개한 로봇들은 대부분 외골격 로봇들인데, 업계에선 현대차가 '조종 로봇'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콘셉트카 '엘리베이트'./현대자동차 제공
아울러 현대차는 2019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걸어다니는 콘셉트카 '엘리베이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엘리베이트는 현대차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인 '현대 크래들'과 미국 디자인 컨설팅 회사 선드벅 페라의 합작품이다.

엘리베이트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혹독한 오프로드 코스로 꼽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루비콘 트레일의 가상 주행 코스를 완주해 주행 및 보행 능력을 확보했다. 4개의 바퀴 달린 로봇 다리를 움직여 기존 이동수단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지역과 상황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걸어다니는 자동차'의 기술력도 향상시킬 것으로 보인다.

콘셉트카 '엘리베이트'./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는 로봇 관련 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보스턴에 있는 ‘리얼타임 로보틱스’에 투자했다.리얼타임 로보틱스는 듀크대 출신 엔지니어가 창업한 로봇 스타트업으로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을 개발 중이다. 리얼타임 로보틱스는 사람과 함께 작업할 수 있도록 속도와 힘을 제어하고 회피하는 센서가 달려 있어 지금까지 보조 역할에 불과했던 협동로봇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는 최근 로봇 개발 인력 확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18년에는 컨셉 개발, 외골격 로봇에 관련된 부품 및 기구 설계, 모터와 관절 등 구동계 제어 등 하드웨어와 관련된 인력을 뽑다가 2019년 말부터 소프트웨어 인력을 뽑기 시작했다. 지난 7월에는 로봇을 구동하는 일종의 범용 소프트웨어인 미들웨어 및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개발, 사용자와 로봇 간의 대화 시스템 개발, 공간 및 사물 인식과 자세 추정, 로봇 디자인 등의 분야의 인력을 채용했다. 현대차의 로봇 개발 조직은 현재 100명 안팎의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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