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크게 뛰면서 기존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와 새로 계약서를 쓰는 경우의 전셋값 격차가 2배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세입자들은 새 임대차법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활용해 보증금의 5%만 올려주고 2년 더 안정적으로 거주하고 있지만, 신혼부부 등 신규 세입자들은 크게 뛴 전셋값에 발을 동동 구르는 형편이다.
이 같은 전세 시장의 '이중가격' 현상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두드러졌고, 서울 외곽의 중저가 단지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 은마 76㎡ 신규전세 8억3천만원·갱신거래 4억2천만원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와 신규 계약하는 경우 보증금 차이가 최대 2배까지 벌어지는 등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에서도 '이중가격' 현상이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학군·교통 등을 이유로 실거주 수요가 몰리는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정보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용면적 76.79㎡는 지난달 31일 보증금 8억3천만원(9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지면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76.79㎡는 이보다 2주 전인 지난달 16일 보증금 4억2천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는데, 불과 보름 만에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에서 전셋값이 2배가량 차이 나는 계약이 이뤄진 것이다.
4억2천만원은 4억원에서 5%(2천만원)를 인상한 값으로, 이 거래는 2년 전 4억원에 맺었던 전세 거래를 갱신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평형 아파트는 이달 들어서도 3일 5억1천400만원(4억9천만원에서 4.9% 인상), 4억5천150만원(4억3천만원에서 5% 인상), 4억9천350만원(4억7천만원에서 5% 인상) 등에 거래가 이뤄져 '5% 인상'으로 기존 계약을 갱신한 사례가 이어졌다.
강남구 역삼동 역삼자이 60㎡도 이달 1일 보증금 10억원(29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지며 역대 최고가와 같은 금액에 계약서를 썼다.
이 거래는 신규 거래로 보이는데, 보름 전인 16일 3건의 전세 거래가 5억5천300만원(8층·12층·13층)에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이 역시 보증금 차이가 2배에 가깝다.
5억5천300만원은 5억3천만원에서 약 4%(2천120만원)를 더한 값으로, 3건의 거래는 계약 갱신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59.98㎡는 이달 3일 보증금 11억3천만원(4층), 지난달 5일 11억5천만원(14층)에 각각 신규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지난달 전세 계약 12건이 5억5천86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비싼 값이다.
5억5천860만원은 5억3천200만원에 꼭 5%(2천660만원)를 더한 값으로, 모두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한 계약임을 알 수 있다.
송파구 올림픽훼밀리타운 117.59㎡의 경우 지난달 14일 10억원(13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같은 달 6일 5억4천600만원(2층), 20일 5억7천750만원(11층)에 거래된 전세 계약보다 2배 가깝게 비싼 것으로 이 단지 역시 전세의 '이중 가격'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지난달 5억원대 전세 계약은 기존 5억2천만원, 5억5천만원에서 5%씩(2천600만원, 2천750만원) 보증금을 올린 것임을 알 수 있다.
◇ 금천구 아파트 전세도 6억원 눈앞…갱신하면 4억원 미만
중저가 아파트 전세 거래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송파구 씨티극동1차 59.95㎡는 이달 5일 2억9천400만원(4층)에 계약갱신이 이뤄졌는데, 이는 2억8천만원에서 5% 올린 금액으로 보인다.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은 지난달 20일 4억5천만원(10층)에 신규 전세 계약이 이뤄져 보름 사이 맺은 두 계약이 1억7천만원 차이가 난다.
맞벌이 가구에서도 1억7천만원은 적지 않은 금액으로, 계약 갱신을 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같은 아파트에서 더는 살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재건축 아파트로 전셋값이 비교적 저렴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76.5㎡의 경우 지난달 27일 6억원(2층)에 신규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같은 달 12일 3억원(13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진 것보다 2배 비싼 값이다.
해당 평형은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3억7천800만원(2층), 3억4천650만원(7층), 3억9천900만원(15층) 등 4억원 미만에서 계약갱신이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는데, 신규 전세의 경우 이보다 1.5배 이상 비싼 값을 줘야 거주가 가능하다.
강남권 다음으로 고가 주택이 많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나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이중 가격' 현상은 관측된다.
마포구 공덕동 공덕1삼성래미안 84.94㎡는 이달 1일 8억8천만원(13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하루 전인 10월 31일 5억3천만원(3층)에 거래된 것보다 3억5천만원 비싼 금액이다.
성동구 금호삼성래미안 59.95㎡는 지난달 29일 6억원(5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져 같은 달 6일 3억8천840만원(6층)보다 2억원 넘게 올랐다. 이 계약은 기존 3억7천만원에서 보증금을 약 5% 올린 거래로 보인다.
금천구 금천롯데캐슬골드파크3차 59.97㎡는 지난달 17일 보증금 5억9천만원(31층)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같은 평형 아파트는 이달 2일 3억9천900만원(6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3억8천만원에서 5%(1천900만원) 오른 값으로, 계약을 갱신한 거래로 보인다.
계약 갱신을 통해 보증금을 2천만원 이내로 올린 가구는 전세 걱정을 덜었겠지만, 새로 이 아파트 거주를 희망하는 가구라면 기존보다 2억원가량 뛴 전셋값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강동구에서도 래미안강동팰리스 84.97㎡가 지난달 5일 4억9천800만원(4층)에 전세 계약이 갱신된 데 이어 9일에는 9억5천만원(31층)에 신규 전세 계약이 이뤄져 나흘 사이에 신규 계약과 갱신계약 간 가격 차이가 2배가량 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교육과 직장 등을 이유로 서울에서 전세 수요는 여전한데 전세 물량 부족 등으로 전셋값은 전체적으로 크게 뛰고 있어 새로 전세를 구하려는 서민들의 주거난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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