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항공사 탄생 절차 문제 없나
코로나19에 저소득층 한숨
자살 충동 느끼는 사람들 증가
두고두고 남을
세가지 후유증
정부와 산업은행이 ‘애물단지’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이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가 무산된 후 두 항공사를 합치는 방안을 부랴부랴 내놓은 거다. 문제는 이 결정으로 공룡항공사가 탄생하더라도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거란 점이다. 후일 인수ㆍ합병(M&A) 방식을 두고 ‘특혜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먼저 인수 방식부터 논란거리다. 산은이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원하고, 대신 한진칼 지분을 받는다. 빌려주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지원이다. 한진칼은 이 돈으로 대한항공 지분을 매입한 후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다시 실시한다. 이렇게 돈을 마련해 1조8000억원의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인수한다.
여기서 걸리는 점은 한진칼이 ‘경영권 분쟁 중’이란 거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유상증자는 금지된다. 유상증자를 용인하면 현 경영권자가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어서다. 사모펀드 KCGI가 18일 “산은의 자금 지원은 조원태 회장을 위한 특혜”라면서 법원에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인수는 무산되지만 반대 상황이더라도 ‘법적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산은의 자금 지원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점도 문제다. 현재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항공 수요가 늘지 않으면 경영난은 계속될 게 분명하다. 더구나 올 2분기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각각 1099%, 2291%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 부채비율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 주도 M&A로 탄생하는 공룡을 떠받치려면 산은의 추가 자금 투입이 필연적이다.
공룡 항공사가 탄생한 후 산은이 계획대로 조 회장을 견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산은은 시한폭탄(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넘기면서 “경영실적이 좋지 않으면 조 회장의 해임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밝힌 것처럼 경영실적은 단기간에 나아지기 힘든 상황이다. 핑곗거리를 만들어주고 견제하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산은이 지금껏 오너나 대주주를 제대로 견제해온 것도 아니다.
일반 주주나 노동자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은 채 ‘일방통행식 결정’을 내린 것도 문제다. 양사의 노조는 벌써부터 꿈틀대고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법이 그렇게도 없으면 아시아나항공을 국유화할 수도 있는데, 왜 굳이 더 비싼 값을 치르는지 모르겠다”면서 “정부와 산은의 이번 결정은 두고두고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소득층 잡은
무심한 코로나
코로나19 장기화의 여파가 저소득층에 유독 매서웠다.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만 나홀로 적자를 기록했다. 소비지출이 처분가능소득보다 더 컸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3분기 1분위 가구의 평균 소비지출은 159만원이었지만 처분가능소득은 134만6000원에 불과했다. 24만4000원의 적자를 본 것이다.
주목할 점은 1분위 가구가 ▲오락ㆍ문화(전년 동기 대비 -20.9%) ▲교통(-17.1%) ▲의류ㆍ신발(-16.8%) ▲교육(-15.6%) 관련 지출을 대폭 줄이는 등 지갑을 꽁꽁 싸맸음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는 점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1분위 가구는 처분가능소득이 워낙 적은 반면, 일정 수준의 지출은 반드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분위 가구의 소득 수준도 전년 동기 대비 악화했다. 근로소득은 10.7% 줄고, 사업소득도 8.1% 감소했다. 그나마 이전소득이 15.8% 늘어났지만 소득감소분을 상쇄하진 못했다.
문제는 한번 줄어든 1분위 가구 소득이 다시 회복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1분위 가구는 가구주의 평균 연령(61.8세)이 높고, 가구원(2.38명)도 적어서다. 은퇴연령층이 주로 분포해 있는 데다, 이들을 부양해줄 가족도 적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매번 공적자금을 투입하기엔 나라 재정도 여의치 않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스트레스 줄었지만
자살 충동은 늘어나
코로나19로 비대면 교육ㆍ업무가 증가하면서 우리 국민이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로 겪는 스트레스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3세 이상 인구 중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비중은 50.5%로 2년 전(2018년)보다 3.9%포인트 감소했다.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자는 68.0%로 가장 많았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3.8%포인트 줄었다. ‘학교생활로 스트레스를 받는다(35.2%)’는 응답자도 같은 기간 14.4%포인트 감소했다. 학생들이 등교 대신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면서 학교 내 스트레스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의 비중은 2년 전(5.1%)보다 0.1%포인트 증가했다. ‘지난 1년간 한번이라도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사람’은 전체의 5.2%로, 여성(6.0%)이 남성(4.5%)보다 높게 나타났다. 자살 충동을 겪는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38.2%), 질환ㆍ장애(19.0%), 외로움ㆍ고독(13.4%), 가정불화(11.9%) 순이었다.
사회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는 ‘신종 질병(32.8%)’이 꼽혔다. 2년 전과 비교하면 29.9%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이어 경제적 위험(14.9%), 범죄(13.2%), 국가 안보(11.3%) 등을 불안 요인으로 꼽는 사람이 많았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신음하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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