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기현상의 원인으로 부정수급 증가 등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외국인이 의료 혜택만 보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이른바 '건보 먹튀'가 늘어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국으로 돌아가거나 한국으로 재입국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올 상반기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근로자는 전년 동기대비 1만9100명 감소했다.
하지만 직장가입자에 기대 건보료를 안 내는 외국인 피부양자(20만1094명)는 도리어 작년말보다 539명(0.3%) 늘었다. 피부양자는 가족 중에 건보료를 내는 직장가입자가 있어야 등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외국인 직장가입자가 줄었는데도 피부양자가 늘어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기현상은 건보 재정 악화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가입자 감소, 피부양자 증가'는 건보료를 내는 사람은 줄고, 보험료는 안 내면서 건보 혜택만 받는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어서다. 건보 재정은 작년 2조8200억원 적자를 내는 등 안그래도 불안한 상황이다.
기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건보 당국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직장가입자가 줄면 피부양자도 줄어야 정상인데 이상하긴 하다"면서 "국내에 남아있는 외국인 직장가입자가 자국의 부모 등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사례가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좀 더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 직장가입자 1명당 피부양자 수는 작년 0.39명에서 올 상반기 0.41명으로 늘었다. 한 외국인 가입자가 피부양자를 9명까지 등록시킨 사례도 있었다. 부모와 자녀에 조부모 등까지 등록 가능한 가족을 모두 한국으로 불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부정수급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피부양자 자격이 없는데도 공적 서류 등을 허위로 만들어 혜택을 받는 사례 등이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외국인 건강보험급여 부정수급 적발 인원은 2015년~2020년 6월 33만1384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피부양자는 이런 제한도 없다. 직장가입자 가족만 있으면 즉시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직장가입자 외국인이 자국에 있는 양가 부모, 조부모 등을 한국으로 데려와서 바로 피부양자 등록을 한 뒤 치료만 받고 귀국할 수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 피부양자 증가로 건보 먹튀 사례가 늘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외국인에게 피부양자 혜택을 주는 것 자체가 과도하도는 목소리도 나온다. 회사원 정모씨는 “우리 국민은 평생 세금과 건보료를 내다가 늙어서 피부양자 혜택을 받는데 한국에 아무 기여도 안 한 외국인의 가족까지 혜택을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피부양자로 등록 가능한 사람은 배우자와 부모·자녀·조부모·장인·장모 등 직계비존속인데, 외국인과 한국인의 차이는 없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은 피부양자를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로 제한하는 방법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부정수급 근절을 포함해 외국인 건보 피부양자 제도 전반의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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