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전자 제공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524조3553억원(약 4751억달러·이하 24일 종가 기준)으로 TSMC를 제치고 기업가치 세계 1위를 되찾았다. 대만 증시에 상장된 TSMC 시총은 13조2200억대만달러(약 518조7528억원, 4701억달러)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시총이 TSMC보다 커진 건 지난 7월 17일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TSMC도 하반기 들어 주가가 63% 급등할 정도로 선전했지만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삼성전자의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가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역시 TSMC처럼 파운드리사업 실적이 호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회복되고 있다. 삼성전자 주력 제품인 D램이 내년 1분기부터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글로벌 반도체업체의 지형은 급격히 바뀌고 있다. 인텔이 세계 3위에서 5위(1929억달러)로 추락했고,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 기업 엔비디아(3217억달러)가 3위를 꿰찼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네덜란드 ASML(2025억달러)도 인텔을 제치고 4위에 올랐다.
파운드리, 퀄컴·엔비디아 물량 따내며 내년까지 풀가동
지난달 삼성전자의 뒤집기가 시작됐다. 이달 들어 주가가 16.6% 급등하며 맹렬한 속도로 시가총액 400조원을 넘어서더니 24일 TSMC를 제쳤다. 메모리·시스템반도체 사업 업황이 동시에 개선된 영향이 컸다.
내년 파운드리 전망은 더 긍정적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시장이 커지면서 팹리스(생산시설이 없는 설계 전문업체)에서 5G 통신칩, GPU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내년 말까지 주문이 밀려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내년 파운드리 매출은 올해 추정치(15조4000억원)보다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까지는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았다. D램 고정거래가격(DDR4 PC D램 범용제품 기준)은 지난 6월 3.31달러에서 11월 2.85달러로 하락했다. 재고가 쌓인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주문을 줄인 영향이 컸다.
이달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업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D램 현물가는 이날 3.45달러로 지난달 말(2.77달러) 대비 24.5% 급등했다. 세계 3위 마이크론의 대만 공장 정전 영향도 있었지만 업계에선 “내년 D램 슈퍼 사이클을 반영했다”는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모바일 D램 수요는 회복세로 돌아섰다. 5G 스마트폰 출시 확대 영향이 크다. 구글, 아마존 등의 서버 D램 구매도 재개됐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AI, 5G 등의 영향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증가 추세”라며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업사이클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다음달 초 공개되는 올해 4분기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영업이익은 3분기(12조3532억원) 대비 20%가량 적은 9조9000억원대로 예상된다. 지난 10~11월 하락한 반도체 가격과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 원·달러 환율 하락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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