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모범공장에 '과징금' 보험비 2배↑ 수출금지에 5백억 과세
코로나에 수천만원 공사비까지…화관법, 주52시간제 中企 '비상'
대륙금속에서 납품하는 현대차 라디에라디에이터 그릴과 자동차범퍼.
회사측은 이들의 업무가 도금 작업이 아니어서 법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청은 도금작업장 인근에서 물건을 옮기는 공정도 광범위하게 도금작업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산안법 개정안이 시행되자마자 국민신문고에 문의한 결과 공무원으로부터 플라스틱도금은 법상 도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답변도 듣고 안심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대륙금속은 위험한 도금 공정 대부분이 무인 자동화돼 있어, 일본 토요타와 독일 벤츠, 아우디 협력사들이 벤치마킹하러 방문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스마트공장으로 알려져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안전한 공장으로 꼽히는 데, 왜 우리나라 정부만 불법으로 규정해 4억원 과징금 처분을 내리는 지 이해가 안된다”고 억울해했다.
이처럼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처벌 범위가 광범위해지고 수위도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신음하고 있다. 올들어 국회를 통과하는 법들에 대거 처벌 조항을 신설·강화해서다. 한 코스닥 상장사 대표는 “기업 규제가 완화되는 속도보다 더 많은 규제가 생겨나고 있다”며 “솔직히 코로나사태보다 이제는 각종 규제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이 더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11일 한국경제신문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올들어 21대 국회에서 통과된 기업에 영향을 주는 법률 개정안은 물가안정법, 대기환경보전법, 기업활동 규제완화 특별조치법, 부정경쟁방지법 등 20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20여일 후 계도기간과 유예기간이 끝나는 주52시간 근무제와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위반업체 단속’ 역시 기업들엔 당장 ‘발등의 떨어진 불’이다. 과반을 훌쩍 넘은 174석을 확보한 여당(더불어민주당)이 언제든지 국회 통과를 밀어붙일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도 기업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기업 입장에서 비용 부담이 늘게 되는 법으로는 한정애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기업활동 규제완화 특별조치법 개정안’이 꼽힌다. 기업이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에 대해선 외부에 위탁하지말고 전문자격을 갖춘 자를 직접 채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레미콘기사 등 특수고용직(특고)의 고용보험 적용을 골자로한 고용보험법 개정안 역시 기업에 비용 부담을 전가시킬 전망이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최근 레미콘 기사들의 단체화로 운임료 등 비용이 급등했는데, 보험료 부담까지 늘면 문을 닫는 한계기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계속 근로기간이 1개월 이상인 근로자에게 퇴직금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최근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이미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여력은 한계에 직면했다”며 “이 법안이 시행되면 잦은 이직, 구인난으로 이어져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4월 시행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은 기술유용, 납품대금 미지급 등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유사 규제인 하도급법(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에는 없던 징역 조항(최대 징역 2년)이 들어왔고, 처벌에 대한 시효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40년전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될 수 있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일 통과돼 내년 5월 시행되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은 대기오염에 따른 과징금 상한을 기존 2억원에서 매출액의 5%까지 대폭 올리고 조업정지처분 요건도 풀었다. 연매출이 각각 60조원과 20조원 규모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경우 고로에서 사고가 한번 발생했다간 수조원의 과징금을 내야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해외석탄발전투자금지 4법은 지구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국내 발전업계의 수출을 원천 봉쇄하는 법안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석탄발전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발전업계의 수출을 막으면 기술력이 낮은 중국 업체가 빈자리를 메워 결과적으로 글로벌 대기환경을 더 나빠지게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시멘트업계에 톤당 1000원씩, 연간 500억원 가량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시키는 시멘트세 과세법안의 경우 일자리 축소 부담때문에 업계 노동조합 전체가 반대하는 법안이다. 또 ‘이중과세’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멘트업계에선 이미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석 채광시 세금을 납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일부 기준을 낮추고 경영개선명령을 내린 후 1년 가량 시설을 교체할 시간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수천만원의 공사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대거 범법자로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화관법을 적용받는 기업은 도금, 염료, 정밀화학 등 1만4000여 곳에 달한다.
국회 통과돼 내년 4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항공안전법 일부개정안(김주영 민주당 의원 등 발의)은 항공운송사업자, 항공기사용사업자 등이 운항관리사에 대한 피로 관리를 의무화한 법안이다. 항공업계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산업 침체로 항공사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는 마당에 적절치 못한 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계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법안으로 주52시간제가 꼽힌다.
하지만 산업안전 문제를 근로자가 아닌 사업주 처벌 및 사후처벌 위주로 접근하는 방식은 정책 효과가 낮을 뿐만 아니라 기업인들을 범법자로 내몰아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대표이사나 오너가 처벌을 받으면 당장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중소기업계엔 더 치명적인 규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안대규/민경진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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