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주주권 행사 시
'6개월 의무보유' 회피 조항 신설
졸속 처리 후폭풍
"한국 증시 투기자본 놀이터될 것"
사진=뉴스1
여당이 의견수렴 없이 단독으로 법안을 졸속 처리하다가 벌어진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주식을 사들이고 단 3일 만에 경영권 공격이 가능해진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 전문에 따르면 소수주주권을 규정한 제542조의 6에서 제7항과 제10항이 신설됐다.
제7항은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상장회사 발행주식총수의 1만분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한 자는 제406조의2(제324조, 제408조의9, 제415조 및 제542조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따른 주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조항은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다중대표소송의 행사 조건을 규정한 내용이다. 다중대표소송은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및 손자회사의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는 소수주주권의 하나다. 이 조항에 따르면 '6개월 전부터 계속 보유'라는 조건이 의무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상법 전문가들은 이 조항이 앞서 6개월 계속 보유를 의무화한 것을 무력화하는 조항이라고 지적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장회사 소수주주권의 경우 6개월 의무 보유 규정을 우선 적용한다는 조항(제542조의2 제2항)이 있지만, 일반회사(비상장회사)의 소수주주권 행사와는 별개라는 의미"라며 "이는 곧 소수주주가 상장회사 규정과 비상장회사 규정 중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법 조문만 단순하게 보면 상장사에 대해 소수주주권 행사 시 '6개월 계속 보유'가 의무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때에는 지분 1~3%만 확보하면 보유 기간에 상관없이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비상장회사(일반회사)의 규정을 활용해도 된다는 얘기다.
이는 사실상 '꼼수'나 '눈속임'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법을 모르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마치 6개월 의무 보유가 명시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주식을 매입하고 주주 명의가 바뀌는 3일 뒤 상장사의 경영권 공격이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수주주권은 임시주주총회 소집부터 이사·감사 해임청구권, 회계장부열람청구권 등을 포함하는 권리를 말한다. 이는 주주들이 기업 경영을 견제할 수 있도록 도입됐다. 하지만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그나마 상장사의 경우 '6개월 의무 보유' 조건이 보장돼 왔기 때문에 경영권 공격을 방어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대로라면 엘리엇은 주식 보유기간과는 상관 없이 삼성물산에 대한 경영권 공격을 할 수 있다.
시가총액이 작은 중소·중견기업일수록 경영권 공격에 취약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9월 한국경제신문이 정부의 상법 개정안에 따라 시뮬레이션한 결과 투자자금이 100억원만 있으면 코스닥에 상장한 1380개사(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 가운데 1169개사에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감사해임 요구, 주주제안(지분율 3%) 등 소수주주권을 당장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코스닥 기업의 84.7%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최 교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한국 증시가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백 의원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민주당은 9일 오후 2시 열리는 본회의에 상법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한다면 이르면 10일 상법 개정안은 본회의를 넘어선다. 이후 상법 개정안은 정부 공포를 거쳐 이르면 이달 안에 시행될 전망이다.
조미현/김소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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