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보이지 않는 미래 속에 저희를 버렸습니다.”
400대 1 경쟁 뚫은 예비 승무원들
“다니던 회사 관두고 응시했는데
회사 부름만 기다리며 알바 전전
휴직수당이라도 받을 수 있었으면”
코로나19 사태 이전 몰려드는 항공 수요로 전성기를 누리던 항공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취준생에겐 꿈의 직장이나 다름없었다. 제주항공도 지원자가 몰리면서 자기소개서 6000자, 국민 체력 인증서 우대와 같은 까다롭고 복잡한 채용 심사를 적용했다. A는 “낮엔 회사에 다니고 저녁엔 승무원 학원에 다니면서 1년 넘게 입사 준비를 했다”며 “합격 통보를 받고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1년째 무직 신세다. 사연은 이렇다.
합격 통보 기쁨은 잠시…1년째 '무직'
그런데 입사 예정일이 가까워지자 이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목을 잡았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신입사원 후보들은 지난 3월 30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영난 때문에 입사를 10월로 연기한다’는 메일을 회사로부터 받아들었다.
지방에 살다가 회사 지침에 따라 서울로 이사를 마친 또 다른 입사 대기자 B에겐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상황이었다. B는 “당시 입사 동기 대부분이 타 항공사 등 각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항공 근무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월세와 생활비 걱정에 더해 경력 단절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엔 그래도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이라 회사의 의견을 존중하고 버티자는 생각뿐이었다”며 “입사 대기자 신분이라 다른 곳에 취업도 할 수 없어 각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그 사이 회사로부터는 7개월 동안 한 통의 연락도 없었다”고 섭섭해했다.
10월에서야 무기한 입사대기 통보
A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행된 화상 회의에서 회사가 어렵다는 말뿐, 24명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관심조차 없었다”며 “화상회의 때 경제 활동을 하란 얘기가 처음 나왔다”고 말했다.
B는 “제주항공에서 언제 부를지 모르고, 고용 한파가 부는 상황에서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도 막막하다”며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채용된 아시아나항공의 신입 인력은 입사 후 휴직으로 전환됐다. 그들처럼 법적인 테두리 내에만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뽑힌 아시아나항공의 신입 객실 승무원은 간발의 차이로 비슷한 신세를 피했다. 지난해 말 채용 절차가 완료된 것이다. 코로나19 한파로 훈련을 받다가 중단하고 휴직 전환됐지만, 고용 계약을 체결해 고용지원금을 받는 범위 안에 있다.
지난해 하반기 채용된 대한항공 신입사원 70여명도 1년째 대기 중이지만 내년 초 입사가 완료될 전망이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로부터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는 동안에는 신규 채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면서도 “노동부와 협의해 2021년 초에는 입사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 "기존 직원도 휴직"…"코로나19 종식 기다린다"
문제는 제주항공이 내년에도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내년도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하면 최장 240일까지 받을 수 있다. 내년 1월 신청할 경우 최대 8월 말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내년 하반기는 돼야 신규 채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런 연유로 제주항공은 24명의 신입 직원 입사 시기가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기존 직원도 휴직하는 상황에서 신입 직원에게 회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고 항공업황이 살아나는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A와 B 등 24명은 입사 대기자 신분 3년 차를 앞두고 있다. 이들은 오늘도 아르바이트 포털을 검색하며 생계유지를 걱정하고 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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