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관계자는 "백신 접종이 예상대로 진행되면서 투자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닷컴버블 수준에 이를 정도로 높아진 주식 밸류에이션, 일부 과매수된 주식들, 지나치게 붐비는 강세론 등을 볼 때 새로운 상승 사이클이 다시 시작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장에는 돈이 넘치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미국 주식형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는 520억 달러가 순유입 되었습니다. 5주 동안으로 따지면 2017년 3월 이후 가장 많은 액수입니다. 또 지난 3개월에 모든 ETF에 유입된 돈 중 68%가 주식형에 몰렸습니다. 'FOMO'(Fear of Missing Out : 혼자 뒤처지는 현상)에 쫓긴 투자자들은 막대한 돈을 주식형 펀드에 넣고 있는 겁니다.
머니마켓펀드(MMF)에 머물고 있는 5조 달러의 돈이 증시에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습니다. 올 초에 비해 1조 달러 이상 늘어난 상태입니다. 다만 이에 대해선 기업들이 올해 많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위기대비용 자금을 임시로 넣어둔 것으로, 주식 투자용이 아니란 분석이 있습니다.
올해 미국 기업들은 회사채 등을 찍어 조달한 돈도 현재까지 1조 달러가 넘습니다. 현재 추세를 보면 4분기에도 회사채 발행 규모는 전년에 비해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테슬라도 유동성 흡수에 한 몫 합니다. 이날 테슬라는 추가로 50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습니다. 지난 9월 50억달러 증자에 나선 뒤 석 달 사이에 두 번째입니다.
전날 7일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6000억 달러를 돌파한 직후 또 다시 자금 조달에 나선 겁니다. 테슬라의 주가는 올들어 670% 가량 폭등한 상황입니다.
이런 증자 소식에 테슬라의 주가는 장 초반 2% 수준까지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긍정적 평가가 나오면서 반등해 1.27% 오르면서 마감했습니다. 테슬라가 글로벌 확장을 위해 독일 베를린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공장 신설에 나선 만큼 자금이 필요한 데, 지금처럼 밸류에이션이 높을 때 미리 조달하는 건 좋은 결정이란 분석이 나온 겁니다. 게다가 증자금액 50억 달러는 시가총액(이날 종가 기준 6160억 달러)를 감안하면 1%도 안됩니다.
테슬라의 증자에서 하나 눈에 띄는 건 주관사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 10개 투자은행이라는 겁니다.
지난 16일 S&P글로벌이 오는 21일 테슬라를 S&P 500 지수에 편입시킬 것이라고 발표한 뒤 테슬라의 주가는 58% 가량 폭등했습니다. 이런 폭발적 상승세에는 물론 S&P 500 편입이 가장 중요한 상승 동력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사이 월가 금융사들의 긍정적 보고서도 쏟아졌습니다. 대표적인 게 지난 11월18일자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입니다. 테슬라 베어(비판가)로 유명했던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당시 보고서에서 테슬라에 대한 투자의견을 3년여 만에 '매수'로 상향했습니다. 또 목표주가도 360달러에서 540달러까지 50%나 끌어올렸습니다.
조나스는 "테슬라가 자동차 판매에서 고수익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매출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사업모델의 중대한 전환을 앞두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증자의 대표 주관사입니다. 모건스탠리도 주관사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주식을 성공적으로 판매할 경우 0.25%의 수수료, 즉 1250만 달러를 받게 됩니다.
물론 테슬라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많습니다. 제프리스, 웨드부시 등은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2500달러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CNBC의 주식평론가 짐 크레이머는 이날 테슬라의 주가 상승에 대해 “젊은 투자자들은 일론 머스크를 스티브 잡스 만큼이나 비전이 있다고 믿는다”면서 “그가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증자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풀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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