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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결국 전기료 인상 수순…“탈원전 비용 소비자에 전가” 비판도 - 조선비즈

입력 2020.12.17 15:00

정부가 17일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면서 소비자와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전기요금이 점진적으로 인상될 전망이다.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새 전기요금 체계는 전기 생산에 사용하는 연료 가격에 맞춰 전기 요금을 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와 전기요금에 포함된 환경비용을 별도 고지하는 ‘기후환경요금 분리·고지’를 담고 있다. 정부가 탈(脫)원전과 '탄소 중립’ 비용 마련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전력 나주본사 전경 / 한전 제공
이번 개편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기후환경요금 분리·고지’다. 태양광 보급 비용이나 환경규제에 쓴 비용을 떼어내 전기요금 고지서에 별도로 표기하는 내용이다. 현재 기후환경 비용은 전기요금의 약 4.9%를 차지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015760)은 이날 ‘기후환경요금 분리·고지’를 도입하게 된 배경으로 "(기후변화 대응) 관련 비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제고하고 친환경 에너지 확대에 대한 자발적 동참 여건 조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 환경정책에 따라 한전이 부담하고 있는 기후환경 비용에는 RPS(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 탄소배출권, 석탄발전 감축비용이 포함된다. 그동안 이 비용이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환경요금을 분리해 표시하면서 소비자에 전가하기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탈원전 정책으로 값싼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전의 비중은 계속 줄이고, 발전 단가가 높은 LNG(액화천연가스)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면서 향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환경비용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원전의 정산단가는 ㎾h당 58.3원으로 재생에너지(㎾h당 100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추후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당분간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에너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금의 화석연료 기반 중앙집중형 전원을 재생에너지를 수용하는 분산형 전원으로 바꾸려면 첨단 전력망과 스마트그리드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여기에 정부는 날씨 등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태양광·풍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LNG 발전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정부는 2034년까지 가동연한 30년이 도래하는 석탄발전 30기의 문을 닫고 이 가운데 24기를 LNG 발전소로 전환하기로 했다. 문제는 LNG 발전 비용이 비싸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LNG 정산단가는 ㎾h당 118.7원으로 원전의 2배에 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kWh당 5.3원 수준인 기후환경 요금의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고 배출권거래제(ETS) 비용이 더 늘어날 경우 기후환경 비용이 어느 정도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대신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증가폭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이 지난 2018년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조선DB
장기적으로 한전이 기후환경비용을 전기료와 분리해서 별도의 ‘환경부담금’ 형태로 부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달 한 토론회에 참석해 "대부분 선진국이 ‘기후변화 대응 요금’을 별도로 전기요금에 부과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영국, 독일, 일본 등이 환경비용을 별도 또는 전기요금에 포함해 부과하는 식으로 청구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발전 단가가 높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무리하게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한전의 실적이 악화되고 해외 주주들의 압박이 이어지자 결국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경우 지난해 탄소배출권과 RPS 구입 등에 지출한 비용만 2조원이 넘는 등 환경비용이 대규모 적자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국민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정부가 값싼 친환경 에너지원인 원전의 비중은 낮추면서 비싼 LNG 비중을 높이는 비효율적인 정책으로 서민경제는 물론 전기 사용이 많은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산업에 전기료 인상이라는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여기에 LNG는 탄소 배출량이 적지 않아 2050년까지 ‘탄소중립(실질 탄소 배출량 제로)’을 달성하겠다는 정부 방향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환경요금 분리 고지는 설득력 없는 명분이고 탈원전의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지난 3년 동안 한전의 재정 악화를 고려하면 최소 10% 이상 인상은 불가피해 보이며, 향후 원전을 신재생으로 바꾸면 전기요금은 지속적으로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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