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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천스닥'된 코스닥…나스닥 255% 뛸 때 제자리 걸음 - 중앙일보 - 중앙일보

'천스닥(코스닥 1000) 시대'가 열렸다. 20년 만이다. 26일 코스닥 지수는 개장 직후 1000을 돌파한 뒤 장중 1007.52까지 상승 폭을 키웠다. 코스닥이 장중 1000을 넘은 것은 정보기술(IT) 버블이 일던 2000년 9월 15일(최고 1037.59) 이후 20년 4개월 만이다. 이후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의 '팔자' 공세로 상승분을 내준 뒤 전날보다 0.53%(5.3포인트) 내린 994로 장을 마쳤다.  
26일 오전 코스닥 지수가 20년 만에 장중 1000을 돌파하고 있다. 뉴스1

26일 오전 코스닥 지수가 20년 만에 장중 1000을 돌파하고 있다. 뉴스1

"2000년 IT 버블 때와 다르다"

코스닥 시장에서 1000은 '마의 벽'으로 불린다. 코스닥은 1999년 시작된 IT 열풍에 2000년 3월 2834.4까지 치솟았지만, 거품이 꺼지면서 6개월 만에 500선 밑으로 폭락했다. 이후 200~900선을 오르내렸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형(코스피)'을 따라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3일 900선을 넘어섰고, 이달 들어 970선(1월 4일)과 980선(1월 5일), 990선(1월 25일)을 차례로 돌파했다. 시가총액은 지난 25일 400조원을 넘어섰다.  
 
20년 만에 현실화한 '천스닥'은 개인 투자자의 막강한 자금력과 기업 성장성 기대, 순환매의 3박자가 들어맞은 합작품이다. 지난해 16조3176억원어치의 코스닥 주식을 쓸어담은 개인은 올해 들어서도 2조5745억원가량을 순매수 중이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68조원대로 '실탄'도 두둑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개인이 삼성전자 등 우량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다가, 주가 급등으로 차익 기대감이 줄면서 중소형주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시장 특성상 바이오와 2차전지, 5세대(G) 이동통신 등 성장 초입 단계인 기업이 많다.
 
탄력을 받은 코스닥이 1000을 중심으로 등락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IT 버블 때처럼 잠깐 반짝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 근거 중 하나가 기업 다양화와 체질 개선이다. 
 
2000년 당시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중 6개(우선주 제외)가 IT업체였다. 이동통신사 한통프리텔(1위)과 한통엠닷컴(3위), 하나로통신(4위), 다음(7위), 새롬기술(8위), 한국정보통신(10위) 등이다. 지금은 바이오와 2차전지, 엔터, 게임, 반도체 등 여러 업종이 지수를 받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전체 시총도 50조원대에서 약 400조원으로 8배로 불어나며 몸집도 커졌다. 기업 실적도 뒷받침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의 지난해 순이익 추정치는 약 4조8000억원이다. 1년 전보다 16% 증가한 수치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IT 버블 때는 코스닥 대표 기업들이 대부분 실체가 없었지만, 지금은 질적으로 다르다"며 "코스닥 상승세가 과거처럼 단발성에 그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20년 만에 장중 1000 돌파한 코스닥.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20년 만에 장중 1000 돌파한 코스닥.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코스피 2부 리그' 인식 한계

물론 한계도 있다. 지수 흐름만 봐도 그렇다. 코스닥의 모델인 미국 나스닥 지수가 20년간 255.5% 뛸 동안 코스닥은 제자리걸음 했다. 2000년 9월 15일 3835.23이던 나스닥은 지난 25일(현지시간) 1만3635.99에 장을 마쳤다.  
 
절대적으로 높은 개인투자자 비중(88%)도 부담이다. 코스피와 달리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가 투자를 주저해서다. '코스피 2부 리그'라는 인식도 문제다. 주가 흥행몰이를 해야 할 대어급 코스닥 기업은 대부분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다. 코스피 시총 7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카카오,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이 대표 사례다. 
 
증가세인 '빚투(빚내서 투자)'도 코스닥 시장의 발목을 잡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는 10조2631억원으로, 1년 새 두 배가 됐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상승은 올해 실적 전망에 대한 기대가 크게 작용한 만큼 실적이 실망스럽다면 유동성이 줄어 주가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개미 4.6조 역대 최대 순매수=코스피는 3200선을 돌파한 지 하루 만에 3100선으로 밀려났다. 2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14%(68.68포인트) 내린 3140.31에 마감했다. 개인 투자자가 4조2214억원가량 순매수했지만, 기관(-2조2506억원)과 외국인(-1조9913억원)의 매물 폭탄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개인의 순매수액은 지난 11일(4조4921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코스닥 시장의 개인 순매수액(4148억원)을 합치면 4조6362억원으로, 종전 기록(1월 11일 4조5782억원)을 경신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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