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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매도 사태… '개미 판정승'에도 후폭풍은 계속 - 한국일보

27일 뉴욕 잭슨하이츠에 위치한 게임스톱 가게.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 공매도를 둘러싼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힘겨루기는 ‘개미 판정승’으로 결론 났지만,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미 증권감독당국은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를 일부 제한한 증권거래업체 조사에 착수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전선(戰線)을 암호화폐 시장으로까지 확대했다. 이번 ‘게임스톱’ 사태를 촉발한 월가의 유명 공매도 투자자는 “다시는 공매도 리포트를 내지 않겠다”며 백기투항했다.

미 증권당국 “개인 투자자 보호할 것”

29일(현지시간) 미 증권 감독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성명을 내고 “지난 며칠 동안 특정 주식 거래가의 급격한 변동을 면밀히 평가ㆍ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투자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특정 주식 거래 능력을 지나치게 억제했을 가능성이 있는 규제 대상 기관의 조치를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며 “연방 증권법에서 금지하는 조작 거래 행위 등이 드러날 경우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무료 증권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로빈후드 등 일부 회사가 전날 게임스톱, AMC엔터테인먼트, 블랙베리 주식 거래를 제한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에서는 비디오게임 소매 업체 ‘게임스톱’ 주식에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주가가 기존의 100% 넘게 폭등했다. 이후 로빈후드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매수를 제한했고, 주가는 하루 만에 44%나 폭락했다.

그러나 당시 헤지펀드와 기관 투자자는 매수와 매도가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헤지펀드는 주식을 자유롭게 거래하면서, 개미는 매도만 허용한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미 정치권도 이를 문제 삼으며 이른바 ‘게임스톱 청문회’를 추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 연합뉴스

머스크는 암호화폐 시장으로 확전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은 암호화폐 시장으로까지 확전되는 분위기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CEO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 계정 자기 소개란을 ‘#비트코인’으로 돌연 변경하며 “돌이켜보면 그것은 불가피했다”는 다소 묘한 말을 남겼다.

해외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트윗을 비트코인 매수 신호로 해석했고, 비트코인 가격은 순식간에 개당 3만8,000달러(약 4,246만원)까지 치솟았다. 로이터통신은 “‘파파머스크’가 비트코인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파머스크’는 미국 증시에서 개미의 반란을 주도한 온라인 주식 토론방 ‘레딧’ 회원들이 머스크를 부르는 애칭이다. 비트코인 가격 급등에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암호화폐 공매도 투자자들이 손실을 막기 위해 3억8,700만달러(4,324억원)의 매도 물량을 급하게 청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머스크는 게임스톱 등을 언급하는 트윗을 날리며 주가 급등을 유발했고 “공매도는 사기”라며 헤지펀드를 직접 공격했는데, 비트코인 역시 유사한 방식을 사용해 시장을 들썩이게 했다는 의미다. 야후파이낸스는 “머스크가 비트코인 공매도 청산을 의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공매도에 대한 혐오감을 숨기지 않았던 그의 입장에선 자신의 트윗이 가져온 공매도 대학살을 보고 샴페인 병을 터뜨렸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앤드류 레프트 시트론리서치 대표가 2018년 11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공매도 업체는 “매도 보고서 안내겠다”

한편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된 시트론 리서치의 앤드류 레프트 대표는 이날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 “더는 공매도 리포트를 발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레프트 대표와 시트론 리서치가 ‘전공’인 공매도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개미들에 대한 사실상의 항복 선언이나 다름없다. 시트론리서치는 대신 투자자들을 위한 매수 기회를 추천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공매도 대신 롱(매수)포지션 추천에 조력한다는 의미다.

특정 주가 하락에 배팅해 온 레프트 대표는 최근 게임스톱에 대한 공매도를 공개 선언했다가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을 샀다. 성난 개미들이 게임스톱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공매도 투자에 나선 헤지 펀드들은 어마어마한 손실을 냈다. 개미들을 “성난 군중”이라고 부르며 “게임스톱 주가는 주당 20달러로 빠르게 추락할 것”이라고 장담하던 레프트 대표도 빌린 주식을 훨씬 더 비싼 가격에 다시 사들이느라 큰 손해를 봐야 했다.

심지어 레프트 대표는 ‘월스트리트베츠’ 토론방 개설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손실로 화가 난 일부 투자자들이 자신의 아이들까지 위협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도와달라”고 간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부분의 공매도 세력은 천문학적인 손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버티기 중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글로벌 금융정보 분석업체 S3파트너스는 이날 게임스톱 공매도 주식 총액이 112억달러(약 12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총액 기준으로 게임스톱은 미국에서 투자자들이 테슬라, 애플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공매도한 주식이다. 시트론리서치 등 일부 공매도 회사들이 발을 빼고 있지만 대부분의 공매도 세력은 굳건히 버티고 있다는 뜻이다. 이호 두사니스키 S3 이사는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공매도 주식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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